유럽연합(EU)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무역관행을 걸고넘어지는 가운데 EU는 구글·아마존 등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을 잇따라 공격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워싱턴포스트(WP)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때리기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아마존은 유럽에서도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19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확보한 데이터로 부당하게 이득을 얻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조사를 위해 최근 아마존 입점사들에 질문지를 배포, 제3자가 판매하는 제품과 경쟁 관계인 아마존 제품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전했다.
EU가 미심쩍어하는 부분은 아마존 사업 모델이 자사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제3의 업체를 입점시킨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입점사들에 결제·광고 등 플랫폼 혜택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EU는 아마존이 입점 업체들의 판매정보를 자사 상품 판매 촉진에 활용하면서 부당한 경쟁우위를 누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WSJ는 “일부 판매자들은 아마존의 데이터 접근 권한이 아마존이 어떤 영역에 상품을 내놓을지 등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며 “아마존 자체 판매 상품이 자주 검색 결과 상위 리스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경쟁당국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베스타게르 위원의 등장에 아마존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번 조사가 어디까지나 예비단계라고는 하나 구글의 반독점 위반 결정 역시 지난 2010년 비공식 조사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반독점법 위반 시 EU는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특히 베스타게르 위원이 7월 모바일 운영체계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했다며 구글에 역대 최대인 43억4,000만유로(약 5조6,8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가 부당하게 애플에 감세 혜택을 줬다며 애플이 아일랜드에 130억유로의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강제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EU가 룩셈부르크로부터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며 2억5,000만유로의 세금을 토해내라고 명령할 당시에도 그가 관여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매출이 전체 소매시장에서 일부에 불과하다며 불공정경쟁에 대한 우려를 일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