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0일 밤 복귀했다. 복귀 이후 모처에서 순환출자 해소 관련 보고를 받고 경영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21일 “이 부회장이 방북 복귀 직후부터 바빴을 것”이라며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이날 20일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데다 남북 경협과 관련한 대략적 논의도 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남북한 고위 관계자들의 요청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행 공군 1호기에서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고, 현지 경제인 면담 자리에선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에게 경제협력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리 부총리와의 경제인 면담 자리에서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라며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 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리 부총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39조원으로, 30조원 수준인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8배 규모다. 남북 경협에 탄력이 붙을 경우 ‘삼성 역할론’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남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이 부회장이 경제협력의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본다.
한편 방북 일정을 마친 이 부회장은 9월 말이나 10월 초 캐나다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인공지능(AI) 관련 진척 사항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방북 이후 곧바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연휴 기간 이건희 회장 면회, 경영 구상 등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