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1일(현지시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GSEF(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3차 총회 ‘전체세션’의 패널로 참석해 서울의 사회적경제정책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스페인 빌바오 에우스칼두나 컨벤션센터에 사회적경제·협동조합으로 유명한 빌바오시(市)의 사회적경제와 선도 사례를 배우려는 1,700여명이 모였다. 이 회의는 다름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주재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오전 9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Global Social Economy Forum) 빌바오 총회가 개최됐다. GSEF는 2014년 서울시가 주도해 만든 사회적경제 분야 국제협의체로, 세계 주요 도시 시장과 국제기구 대표, 사회적경제 리더들이 2년마다 열리는 총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경제 사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GSEF 의장인 박 시장은 총회 개회식에서 “사회적경제는 더이상 대안이 아닌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나가는 새로운 물결”이라며 “세계 여러 국가와 도시들이 기존 발전 모델의 한계를 깨닫고, 도시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사회적 경제에 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박 시장 발언처럼 스페인에서 사회적경제는 더이상 ‘대안’이 아니다. 총회 개최도시인 빌바오에서 사회적경제가 삶 속에 자리 잡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구 35만5,000명인 빌바오시에서는 5만4,000명이 1,700개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막달레나 발레리오 스페인 고용이민사회부장관은 “사회적경제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을 차지하며, 사회적기업은 4만3,000개”라며 “지난 5년간 협동조합은 7,000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동조합 일자리 80%가 정규직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협동조합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일자리다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의 헤라르도 피사레요 부시장은 “사회적경제는 바르셀로나 경제의 7%를 차지한다”며 “예전에는 환경오염,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장기적 이익이 아니라 단기적 이익에만 중점을 뒀다. 사회적경제가 이런 전통적 경제 모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바르셀로나는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공공구매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 불법 노점상을 합법화하는 과정에서도 협동조합 모델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에어비앤비 같은 대형 디지털 플랫폼에 사회적경제를 접목하는 방안을 찾는 중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는 인구의 9%가량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바스크 사회적경제연합회의 로사 라빈 회장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투자를 많이 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형태를 만들겠다”며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더 포용적인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이니고 우신 몬드라곤협동조합그룹 회장은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의 기본적 가치를 지키면서 기술 혁신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혁신을 이루는 게 과제”라며 “또 협동조합 간 연결·협동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6년 5명의 노동자가 석유난로 공장 ‘울고(ULGOR)’를 설립하며 시작한 몬드라곤그룹은 스페인 10위 기업이 됐다. 연 매출액은 147억5,500만유로(약 19조343억원) 규모다.
또 프랑스는 사회적경제에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이티에르 프랑스 사회적경제 고등판무관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 구조가 굳건하지 않고, 사회적기업들이 새로운 혁신에도 발맞춰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굳건한 투자 구조와 현신을 위해 10억유로를 투자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도시들은 서울의 사회적경제 발전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1,000만의 ‘메가시티’가 사회적경제를 표방하고 나선 사례가 없어서다. 스페인에서도 사회적경제가 발전한 바스크 지방의 인구는 약 219만명이며 바르셀로나 인구는 160만명에 불과하다.
박원순 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가 사회적경제에 경험이 많지는 않다”며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조금 다를 수 있는 플랫폼을 다양하게 만들어 사회적경제 촉진에 노력하겠다. 서울의 사례를 여러분과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GSEF가 단순 협의체를 넘어 도시 간-지역 간 연대와 협력의 구심점으로 역할 하고, 더 많은 도시와 민간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