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거 변호사 시절 수사무마 청탁 명목으로 병원과 기업체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의 청탁이 검찰 수사에도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모두 반려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우 전 수석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3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퇴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친분 관계가 있는 검사장 등 검찰 관계자에게 수사 확대방지 등을 청탁 한다는 명목으로 길병원 등으로부터 총 10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길병원은 2013년 인천지검 특수부에서 수사 중이던 횡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신임 인천지검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을 찾아가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를 받은 우 전 수석은 “3개월 안에 사건을 마무리 지어주겠다”며 길병원 측과 착수금 1억원에 성공보수 2억원 등 총 3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건은 약속대로 3개월 뒤 무혐의 종결됐고, 우 전 수석은 길병원 측으로부터 성공보수 2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우 전 수석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1주일 전 인천지검장을 한 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간의 계약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협회에 사건 수임 신고를 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금품수수 경위와 액수, 구체적인 활동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상적인 변호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길병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수사기관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사건들을 선별해 추가로 2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확인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에서 수사 중인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 관련해 무혐의 처분 등을 조건으로 6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고, 같은 해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에서 수사 중이던 ‘4대강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설계업체 건화로부터 내사단계에서 종결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총 1억원을 받기도 했다. 몇 개월 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무혐의 처분하거나 내사 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우 전 수석을 만나 3차례 조사했지만 우 전 수석은 “정상적인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받아 세금도 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우 전 수석의 청탁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우 전 수석의 검찰청사 출입기록과 검찰 관계자의 통신내역 등 총 4차례에 걸쳐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인과 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모두 반려했다.
경찰은 법조계에서 불법을 인식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전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