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캐나다에서 기호용 마리화나 거래가 전면 합법화했다.
캐나다 마리화나(대마초) 소매점 곳곳에서는 가게 모퉁이를 휘감으며 길게 줄을 늘어선 구매자들이 0시가 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것은 지난해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이지만, 시장은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가 훨씬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사회, 문화, 경제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국가적 실험의 시작”이라며 캐나다의 전 국가적 마리화나 합법화를 평가했다.
기호용 마리화나는 미국 내에서 캘리포니아 등 9개 주(州)에서 합법화했고, 의료용 마리화나는 30개 주에서 허용되고 있다. 다만, 미 연방정부는 엄격하게 마리화나 유통·제조를 통제하고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맞춰 캐나다 정부는 과거 30g 미만의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다가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을 간소화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5년이 지나야 사면 대상이 됐는데 이날부터 간단한 절차 만으로 마리화나 소지 혐의를 개인 전과기록에서 지워주겠다는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과거 정권에서 불평등하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 큰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2001년부터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으나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두고는 진통이 많았다. 트뤼도 정부는 2년간 치열한 논쟁 끝에 국가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라는 결단을 내렸다. 트뤼도 총리 자신은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고, 피울 생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마리화나 소매점 운영자이자 제조업자인 브루스 린턴은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운 날이다. 그동안 이날을 기다리며 몇 년간 고생했다. 직원들 몇 명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다.
린턴은 캐나다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했기 때문에 마리화나 관련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캐나다 마리화나 제조업체에 미국의 주류·담배 회사 등이 거액을 투자하는 사례가 최근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이날부터 캐나다 전역에서는 최소 111개 기호용 마리화나 소매점이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캐나다 국민의 15%가 지난 3개월 사이 마리화나를 흡연한 경험이 있다는 캐나다 통계청 발표와 함께 마리화나 합법화 정책이 청소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는 15세 이상 청소년 중 상당수가 마리화나 흡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마리화나 합법화로 미국에서 국경을 넘어 마리화나 관광을 떠나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 국경세관보호국(CBP)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 유통이 여전히 불법인 만큼 세관에서 적발할 경우 압수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이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