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탈원전을 추진해온 대만이 다음달 24일 탈원전 법안 폐기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투표에서 법안 폐기 결정이 내려지면 대만은 연내 해당 법안을 폐기하고 2년 만에 다시 친원전 국가로 돌아가게 된다. 한국의 탈원전 롤모델인 대만의 원전정책이 U턴할 경우 한국 역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탈원전 법안 폐기에 대한 국민투표 청원이 요건을 충족했다”며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2025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시설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전기법 95조1항 폐지 여부를 묻는다”고 밝혔다. 국민투표는 11월24일 지방선거와 함께 시행되며 결과는 7일 이내에 공개된다. 투표 가결 시 이 법안은 결과 발표 후 3일 뒤 효력을 잃는다.
지난 2016년 당선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1월 탈원전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뒤 전체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을 정지하고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전력 부족으로 전 국토 46%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그로 인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국민적 반대 여론에 불이 붙었다. 대만 주요 일간지인 연합보는 24일 사설에서 “이번 투표는 차이 총통의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을 되돌릴 기회”라며 “원전 가동을 통해 석탄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만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친환경 명분을 내세운 탈원전법 폐기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국민투표 의결에 필요한 법정 청원서 수인 28만1,745건을 채우지 못해 매번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29만2,654건의 청원서를 제출하며 의결에 성공했다. 국민투표 발의를 주도한 시민운동가 황쓰슈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충분한 전력과 (석탄 발전으로 인해) 맑은 공기를 제공할 수 없다면 원전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투표가 가결되기 위해서는 투표율 25%, 찬성률 50%를 넘어야 하지만 지방선거와 같이 진행되는 만큼 투표율이 높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만 원자력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투표를 통해 탈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