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로터리]백제금동대향로와 적극행정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중앙 행정기관들이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면서 서울로 이동하는 데는 불편함이 있지만 세종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많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가을에는 ‘소확행’에 젖기도 한다. 출퇴근길에 잠시 눈길을 돌리면 들녘 수목들의 아름다운 채색을 한껏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세종시 주변에는 아름다운 산천과 지역 문화재가 많아 볼거리도 많다. 일례로 세종시와 가까운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사비성)로 백제 문화재가 많은 곳이며 국립부여박물관이 인기다. 그곳에는 국보 제287호 백제 금동대향로가 있는데 이는 연꽃 봉오리와 신선이 사는 산을 용이 힘차게 발을 뻗어 받치고 있는 것을 형상화하면서 정점에는 곡선미가 수려하고 당당한 가슴 자태를 뽐내는 봉황이 앉아 있는 걸작이다. 특히 향로 상체에는 전설이 어린 산과 각종 인물·동물 등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어 백제 공예기술의 정수와 백제의 대표적 미감을 잘 보여준다. 주조기술 차원에서도 7세기의 제작기법을 완전히 규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예술과 기술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국보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향로가 발견되기까지 관련 공무원의 적극행정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약 25년 전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 근처에 늘어나는 방문 차량의 편의를 위한 주차장 건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차장 후보지가 고분군 인근 지역이므로 문화재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첫 조사를 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그에 멈추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기와 등이 출토된 적이 있는 점에 주목해 추가 예산까지 준비해 조사를 계속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예정된 기간과 발굴 범위를 넘어서는 난관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재조사를 계속한 결과 보배로운 향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당시 담당 공무원의 적극행정이 없었다면 백제 금동대향로는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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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책 집행이나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감사와 징계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적극행정을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행정 현장의 현실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 5월 적극행정 징계면책제도를 발표했다. 국민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일정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즉 직무와 사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절차상 검토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적절히 보고한 경우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면책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민의 편의 증진이나 국가 이익을 위해 제도와 제반 여건을 적극적으로 분석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행정을 추진하거나 공감과 배려 그리고 숙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 등을 적극행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적극행정은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정부 혁신 방향이다. 혁신처는 물론 여러 관계부처에서도 적극행정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범정부적 혁신 노력이 공직사회의 적극행정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선진행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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