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자본 유출 우려를 낳고 있는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는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0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도 외국인이 채권을 사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외국인은 이달 국내 상장채권을 총 8,579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들어 1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팔아치우다가 이후 매수세로 전환해 13일에는 5,000억원 넘게 사들이는 등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올해 채권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지만 하반기 급증한 만기상환 영향으로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각각 1조9,120억원, 2,740억원의 자본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30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약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져 외국인이 채권 매도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있었지만 반대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다.
외국인 채권 순매수에 국내 국채금리도 금통위를 앞두고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국채 3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1.8bp 내린 1.922%에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열렸던 직전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1.5%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2% 아래로 떨어진 국채 3년물 수익률이 아직 2%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국채 5년물 수익률도 2.038%로 올해 기록한 연중 최고치인 2.593%와 비교했을 때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채권금리 하락은 시장 강세,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만기상환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9월보다 10월 채권시장의 외국인 유출금액이 적었고 이달에는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만기상환 자금의 대부분이 재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채권 매수를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매수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총 6,107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달 4조 6,380억원을 팔아치워 지수 폭락을 초래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