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따라 바이오 업종에 빙하기가 닥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셀트리온(068270)이 연초 최고점 대비 44%,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43%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바이오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임에 따라 업종 전반에 폭탄을 던진 셈이라는 것이다. 바이오업종은 미래의 가치에 베팅하는 성장주인 만큼 호재와 악재에 주가가 민감하게 출렁이는 경향이 심하다. 게다가 바이오업종은 제약과 함께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탓에 코스닥지수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바이오 업종의 불확실성은 더욱 강해졌다. 이날 증선위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 삼성바이오는 6.7%나 오른 33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16.11%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증선위의 발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거래정지가 내려지면서 하한가로 급변했다.
당장 문제는 앞으로의 바이오 업종 주가다. 삼성바이오가 셀트리온과 함께 국내 바이오 업종의 대장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오 업종은 앞으로의 실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3·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증권가의 목표주가 하향이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도 3·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48%나 감소했고 4·4분기에도 55%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 중 3·4분기 실적 증가가 관측되는 종목은 메디톡스(086900) 등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테마감리에 따른 비용 인식(연구개발비) 증가도 실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상장폐지될 경우 제약·바이오뿐 아니라 한국 증시 전체에 대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결론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면 외국인투자가의 이탈을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폐 가능성은 높지 않아도 장기간의 매매거래 정지는 큰 부담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은 그동안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발 ‘빙하기’에 돌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거래정지로 코스피200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비롯해 삼성그룹주 펀드, 4차 산업혁명 펀드 등 국내 주식형 펀드 80%가량이 삼성바이오를 편입하고 있다. 거래 정지로 인해 당장 펀드 수익률에는 영향이 없지만 불안감에 환매 이슈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폐지가 아니라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의 사례는 자본잠식 등과 같은 상장폐지 사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아 코스피200지수 제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선위의 결론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날 셀트리온(3.47%)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3.30%), 신라젠(215600)(2.07%) 등 바이오 대형주들은 상승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주가는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주희·김광수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