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항공사이자 국영 항공사인 남방항공이 내년부터 항공사 동맹 ‘스카이팀’에서 탈퇴한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남방항공은 최근 “새로운 글로벌 전략과 항공 운수업계 협력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스카이팀에서 탈퇴하고 글로벌 선진 항공사들과의 새로운 협력 파트너십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항공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남방항공이 스카이팀을 떠나 미국 아메리칸항공이 주축이 된 ‘원월드’에 새로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메이저 항공사들이 구축하고 있는 마일리지 적립 등의 협력 동맹은 스카이팀과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 등 세 개로 나뉜다. 남방항공이 가입한 스카이팀에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와 중국 국영 동방항공이 속해 있다. 그동안 중국의 대표적인 메이저 항공사인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한 동맹으로 묶여 있어 두 항공사 중 한곳의 이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남방항공의 스카이팀 이탈 배경에는 원월드의 주요 멤버인 아메리칸항공과 각별한 관계가 거론되고 있다. 원월드는 아메리칸항공을 비롯해 영국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콴타스항공, 카타르항공 등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항공은 2억 달러를 투자해 남방항공 지분 2.68%를 확보했다. 아메리칸항공의 중국 시장 공략 의지와 그동안 해외 시장 비중이 적었던 중국 남방항공의 미국 시장 진출 의욕이 맞아 떨어졌다. 남방항공은 중국 최대 항공사이자 아시아에서 여객기와 운송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이지만 국제노선 비중은 25%로 국내 경쟁사인 에어차이나(34%), 동방항공(30%)에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아메리칸항공과 남방항공의 협력 강화 의지에도 불구하도 두 회사의 동맹 클럽이 각각 원월드와 스카이팀으로 분리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방항공의 스카이팀 이탈이 자연스럽게 원월드 동맹 합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국 항공업계 입장에서도 메이저 양대 국영항공사인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스카이팀으로 한 곳에 묶여 있기 보다는 분리되는 것이 고객 만족도와 경쟁 분산을 위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남방항공이 시장 확대를 위해 최근 미주 항로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원월드행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내년 중국 베이징 제2국제공항인 다싱국제공항이 개장하면 남방항공이 다싱으로 옮기면서 아메리칸항공과 한 지붕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남방항공이 원월드에 합류하는 데는 현재 주력 시장이 크게 겹치는 캐세이퍼시픽항공과의 관계 변수가 남아있다. SCMP는 “홍콩과 광저우 고객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중화권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과 남방항공은 장거리 항공 노선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캐세이퍼시픽으로서는 남방항공과 한 동맹팀에 속하게 되면 국제 노선 전략에 큰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전문가인 윌 호튼은 “캐세이퍼시픽으로서는 남방항공의 원월드 참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지만 다른 원월드 동맹 기업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월드 창립 멤버로서 캐세이퍼시픽은 신규 가입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다른 멤버들과의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