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법개혁위원회 다음달 종료,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물건너가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서

학계·법조계 의견 갈라져

공수처 설치 놓고도 의견 분분

사개특위 전체회의서 여·야 갈등만 고조

검찰개혁 물건너가나 우려의 목소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마련과 관련해 현재 2차례 회의와 공청회를 거쳤으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을 두고 사개특위 내 여·야 의원 간 의견차이조차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안 보인다. 법무부가 제대로 된 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의원입법으로 떠넘겼다는 비판도 이어지면서 올해 말까지인 사개특위 기한 내 검찰 개혁이 전혀 진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사개특위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대부분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면서도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수사종결권 이양 등을 놓고는 대립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할 수 없어” vs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해야”

가장 먼저 진술인으로 나선 백원기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수사권을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기소는 수사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고 검찰이 나중에 기소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어 백 교수는 “검찰과 경찰은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각각 자신의 본래 기능행사에 충실하면서도 상호 동반자로서 협력과 존중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절대권력은 1912년 조선형사령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시대정신을 실현하려면 당장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 교수는 “검찰이 경찰 수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사법통제기관이라고 하지만 누구도 검찰이 인권옹호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권한이 비대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지나친 기우”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는 “흔히 한국 검찰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치적 구호이자 프레임”이라며 “수사권 조정이란 결국 경찰청장에 수사 권한이 가는 것이고 이는 12만명 경찰 전체가 사법경찰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사 출신인 임수빈 변호사는 “검경이 오랜 시간 서로 반목하면서 국가와 국민에 너무 큰 피해를 줬다”며 “수사권은 경찰이 가져가고 검찰은 사후 통제권을 갖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근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 교수는 “현 정부는 대선 때부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말했지만, 정부의 조정합의안을 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검찰개혁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도 “법안을 보면 범죄유형별로 수사대상을 나누어 검경에 배분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검찰의 사법통제권이 피의자 송치 전에는 행사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크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질의에서 “앞서 정부는 두 기관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어정쩡한 수사권조정 합의문을 내놨다”며 “또 여당이 낸 법안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굉장히 모호하다. 이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정 교수는 “공수처 수사대상이 28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처벌하려고 별도의 기관을 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공수처는 결국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도 “공수처가 생기면 아마 검찰, 경찰과 함께 세 기관이 또 이 자리에 나와 권한 다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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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는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대상이 주로 검찰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 교수도 “공수처가 들어와 기소권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며 “국민 신뢰가 확보될 때까지 공수처에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연합뉴스박상기 법무부장관./연합뉴스


◇여·야 의원 검경수사권 법안 상정 두고 충돌

공청회 이틀 후에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상정을 놓고 충돌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반영한 안”이라고 밝힌 탓이다.

또 박 장관은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역시 법무부 입장을 반영한 안”이라고도 설명했다.

사개특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소위 구성 등에 대해 관행대로 하라며 박영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사개특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소위 구성 등에 대해 관행대로 하라며 박영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박 장관에게 정부안을 내지 않고 의원 입법으로 대체한 이유를 캐물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찰과 경찰의 이해가 어긋나니까 정부 입장에서는 검경 눈치를 봐야 해서 안을 못 내놓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의회를 무시해도 유분수”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의원 발의로 정부안을 퉁치겠다는 것인가. 그만큼 생색을 냈으면 정부안을 냈어야 한다”며 “검경 눈치는 봐야 하고 수사권 조정은 해야 해서 국회로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백 의원 법안에는 검찰의 의견이 너무 많이 반영돼 있다”며 “특히 자치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여전히 남겨뒀는데, 이는 정부 합의문에 없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사법개혁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대해 자꾸 얘기한다면 자칫 침대축구에 버금가는 침대정치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법개혁 안 하기 명분 찾기 특별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의 중심이 된 박 장관은 “애초 정부 법률안을 내기보다 정부 입장을 조문화한 법률로써 의원 입법 형식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검경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의회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이해를 구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앞서 백혜련 의원은 12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 내용을 반영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검찰이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규정했다.

이날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를 위한 법 제정안 등 총 22건의 법안이 일괄 상정됐다.

또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뿐 아니라 검찰에는 기소권과 영장청구 집행권을 남겨두고 검찰과 경찰이 가졌던 수사권을 별도의 수사청이 전담하도록 한 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수사청법 제정안도 상정돼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함께 다뤄지게 됐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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