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와 양육 모두를 양육자 한 명이 도맡는 다문화 한부모 가정 아이들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해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방과 후 학교에서는 아이를 지역아동센터로 보내 책임을 회피하고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조차 가지 않으니 사실상 방치되는 셈이죠.”
다문화 한부모 가정 쉼터를 운영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효진 서울이주여성디딤터 원장은 25일 이 같이 말했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 추락 사건 이후 지난 22일 인천시교육청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교폭력 가중 처벌, 무단 결석 학생 관리 강화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돼야 할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은 외면한 수박 겉핥기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 자녀가 방치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다문화 한부모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고 자연히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다문화 한부모 가구의 약 87%가 200만원 이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저소득 다문화 한부모 가정은 자녀와 생계 유지를 위해 장시간 일을 해야 한다”며 “양육 지원을 해줄 친인척도 없어 아이들이 방치되기 쉬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문화 한부모 자녀의 돌봄 공백을 책임져야 할 지역아동센터도 사실상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아동센터는 가정 여건이 어려운 아동 및 청소년의 방과 후 학습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김 원장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센터 역시 많은 아동이 모여 있다 보니 다문화 한부모 자녀에 대한 개별 관리는 부족하다”며 “상당수 아이들이 센터에 적응하지 못해 겉돌아 교우 관계와 학업에서 모두 멀어져 학교를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다문화 자녀가 학업을 그만두는 사유 1위와 2위는 각각 ‘학교생활과 문화가 달라서’와 ‘학교공부가 어려워서’다. 이 같은 아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문화 가구 중 한부모 비율이 2012년 3.4%에서 2015년 4.8%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한부모 가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와 학습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주거 지원 방안으로는 임시 주거공간 또는 임대아파트 우선 제공이 꼽혔다. 권 부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일수록 생계비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안정적 거처를 제공해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가계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습 지원 방안으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가족생활지도사가 가정을 방문해 개인 교습 방식으로 이들의 학업 및 사회정서 발달을 지원하는 안이 제시됐다. 실제 1대1 집중 관리를 받는 다문화 한부모 자녀의 경우 학업 및 학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