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타계, LG그룹 회장 승진, 남북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자격 평양 방문, 서브원 지분매각, 상속세 신고, 사업보고회 주재….’
지난 5월부터 불과 6개월여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겪은 일들이다. 선대 회장의 타계를 슬퍼할 틈도 없이 구 회장은 ‘4세대 LG’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28일 발표된 인사·조직개편은 마지막 퍼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LG 이사회를 마친 구 회장은 숙제를 마무리한 듯 홀가분해 보였다.
이사회 이후 서울 모처에서 부회장단 및 이사진과 회동한 그는 밝게 웃으며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만 했다. 치밀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에 대한 자신감처럼 들렸다. 구 회장과 함께한 권영수 부회장은 “구 대표가 미래를 계속 강조했다”면서 “(달라진 LG를)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상속세 납부,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 민감한 이슈도 ‘정공법’으로 돌파하고 있다. 7,2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만 해도 이번주 안에 ㈜LG 및 LG CNS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한 뒤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서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부문(MRO) 사업 매각에도 나섰다.
㈜LG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서브원은 지난 9월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문제의 소지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얼마 전에는 LG전자가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직원 3,9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질적으로 우수한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LG의 설명이다. 달리 보면 구광모 체제가 외풍을 타지 않고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승계작업을 마무리하고 더 높게 점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신희철·박효정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