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날씨 점점 추워지는데…" 경기 위축에 빈곤층 연탄 후원 '뚝'

연탄은행 후원 작년보다 40% 급감…대표 허기복 목사 “어려워도 포기 못해”

용돈 보탠 아동센터 어린이들·파지 판 돈 내놓은 할머니

지난달 서울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104번지 마을)’에서 연탄은행 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제공지난달 서울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104번지 마을)’에서 연탄은행 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제공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밥상공동체연탄은행 제공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밥상공동체연탄은행 제공


“올해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기업 후원도 많이 줄고 연탄값도 올라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십시일반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웃들이 있어서 희망이 있어요.”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며칠째 이어진 9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연탄은행은 올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31개의 연탄은행에서 700만장, 이 가운데 서울연탄은행이 300만장을 후원하는 것이 목표지만, 이를 달성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허 목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후원 받은 연탄은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40%가량 적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 심리가 얼어붙었던 2016년보다도 2017년에 후원이 적었고, 올해는 그보다도 사정이 더 나쁘다는 게 허 목사의 설명이다.

보통 연탄 나눔을 시작할 때쯤이면 수십만장의 연탄 값이 모여 있었는데, 올해는 나눔을 시작한 10월 13일 1,200장의 연탄을 감당할 후원금 밖에 없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허 목사는 연탄 나눔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을 언급하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허 목사는 “올해 워낙 후원이 적어서 처음에 1,200장으로 연탄 나눔을 시작했는데, 이 가운데 600장은 연탄을 배달해주시는 분이 도와줬다”며 “매년 나눔을 마감할 때쯤 조금씩 후원해주시던 분인데, 올해 연탄은행 형편이 어렵다는 말에 자신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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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을 쓰는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연탄은행이 운영하는 ‘신나는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들 19명은 모아둔 용돈 7만 원을 후원금으로 냈다. 강원 원주에 사는 권 모(72) 할머니는 1년 동안 파지를 모아 판 돈을 모아 50만 원을 연탄은행에 후원했다. 김 모(40) 씨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길 기원하며 총 500만 원을, 돌을 맞은 아이를 둔 아빠 김모(38) 씨는 “내 아이가 자라는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며 140만 원을 기부했다.

허 목사는 이런 사례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큰돈보다도 오히려 (작은 후원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연탄은행이 어려운 집에 연탄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따뜻해지도록 하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02년 연탄은행을 처음 설립하고 17년째 나눔을 실천해온 허 목사는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빈곤층’이고, 연탄이 없으면 당장 생명이 위험한 분들도 많아 누군가는 꼭 손을 내밀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탄은행은 올해 전국에서 연탄 총 700만장을 나눈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도 허 목사는 “어렵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연탄 후원과 봉사 문의는 연탄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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