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사법불신, 벌금형도 문제다(중)] 벌금형, 징역형과 등가성에 의문

1995년 대비 물가 4배 올랐지만 벌금은 그대로

벌금형 환산 징역형 가치 4배 떨어졌다는 의미

징역 1년당 벌금액도 법에 따라 천차만별




벌금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징역형과의 등가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법률을 보면 대부분의 벌칙이 ‘징역 몇 년 이하 또는 벌금 얼마 이하’라는 식으로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형법 347조 ‘사기’를 보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벌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특별한 경우 징역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또는’으로 분리하고 있다. 이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서로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즉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를 규정한 법 조항에 근거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다면 이는 징역 1년 ‘대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다는 의미로 ‘등가성’을 인정하는 판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같은 등가성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먼저 법적으로 동일한 징역형에 해당하는 벌금액수가 천차만별이다. 형법을 보면 징역 1년 이하인데 아편 소지, 공연음란 등은 벌금 200만원, 폭행·명예훼손 등은 벌금 300만원 이하, 범죄은닉·주거침입 등은 벌금 500만원이다. 역으로 같은 벌금형에 징역형은 다양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전혀 등가관계, 정률비례가 성립하지 않는다.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도 큰 문제다. 형법 260조 폭행죄 조항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1995년 개정된 이래 23년간 동일하다. 징역 1년에 벌금 250만원꼴이다. 이 기간 동안 시중 노임단가는 3.9배, 금은 4.6배 올랐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1995년의 500만원은 지금 4배 수준인 2,0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 결국 물가는 4배 올랐는데 여전히 ‘징역 2년에 500만원 벌금’이라는 얘기는 벌금형으로 환산한 징역 1년의 가치가 4분의1로 추락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징역형과 벌금형의 등가성이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는 대목이다.

2013년 국회 법정형정비자문위원회는 벌금형 정비 기준으로 ‘징역 1년에 1,000만원’ 안을 제시하며 ‘징역 1년에 2,000만원’ 안도 참고로 거론했다. 당시 1,000만원 안은 가구당 평균소득(1,116만원)을 기준으로, 2,000만원 안은 도시 일용직 노동자 노임(약 1,954만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018년 8월 기준 건설업 보통인부 일일 노임단가는 11만8,130원이다. 한 달에 22일 일하고 1년이면 3,118만원이다. ‘징역 1년에 1,000만원’ 안은 지금 노임 기준으로 하면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징역 1년=1,000만원’에 다시 한번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별취재반

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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