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회사를 차린 멘토를 통해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죠. 막연하기만 했던 사업을 직접 경험하면서 구체적으로 창업계획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년 1월에는 지역 특산물을 가공한 ‘잼스 기빙데이(Jam’s Giving day)’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합니다.”
스타트업 이더블에서 지난 5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예비창업차 이현석(29)씨는 17일 “새로운 아이디어로 소비자들과 만날 날을 꿈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벤처기업협회가 마련한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를 통해 창업에 앞서 인턴을 경험하고 사업구상을 보다 명확히 하게 된 케이스다.
이씨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와디즈와 손잡고 식용곤충 식품인 이더블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웹페이지 기획부터 마케팅, 판매와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보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을 해본 뒤 이씨가 창업 아이템으로 고른 것은 지역 특산품을 십분 활용한 잼과 스프레드다. 이씨는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 창업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면서 “인턴십 경험이 없었다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다듬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를 인턴으로 채용한 기업도 도움을 받았다. 이씨의 멘토로 활동한 류보아 이더블 팀장은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아 늘 일손이 부족한데 이씨는 창업을 염두에 둔 인턴인 만큼 배우는 자세가 굉장히 열정적이었고 경영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 회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에 대한 열망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제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로 ‘경험부족’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금 문제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이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핀란드 같은 벤처 선진국에서는 청년층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대학생과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매칭지원사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미국의 ‘벤처 포 아메리카’ 프로그램 같은 경우 선발된 지원자들을 희망하는 벤처기업과 연결해주고 연간 3만3,000달러 정도의 급여를 제공하는 한편 인턴 종료 후에는 창업자금으로 최대 10만달러를 제공한다. 예비창업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와 벤처기업협회는 이 같은 제도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꼭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 처음으로 농식품 분야의 청년 예비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를 시작했다. 농식품 분야는 전체 벤처기업 가운데 5.2%(2016년 12월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스타트업 기반이 취약해 기술창업에 대한 정보가 더욱 중요하다. 이에 농식품부와 협회는 인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턴은 현장실습으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인력을 충원하는 동시에 차세대 비즈니스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서 올해 총 38명의 인턴이 24개 참여 기업에서 인턴십을 수행하게 된다. 농식품부와 협회는 인턴 기간에 따라 최소 월 7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벤처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지원 가능 기업은 전년도 상시근로자 3인 이상 및 매출 1억원 이상으로 제한해 인턴들이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곳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배려했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처음 선보였지만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지원했고 양질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스타트업 창업자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며 “무엇보다 인턴을 희망하는 지원자나 인턴을 받으려는 벤처기업이 희망하는 매칭 선호도를 최대한 맞춰 진행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