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내년에도...대기업 그룹주 펀드 '잿빛'

반도체 업황·실적·내수부진 우려에

삼성·현대차·롯데 경영전망 불투명

지배구조 문제도 악재될 가능성

올해 이어 수익률 개선 쉽지 않을듯




올해 증시 급락에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대기업 그룹주 펀드도 수익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우려되는 삼성, 고질적인 실적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차(005380), 내수부진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롯데 등 내년에도 주요 그룹사의 경영상황이 불투명해 관련 펀드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펀드시장에 설정된 25개 삼성 그룹주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7.26%를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그룹으로 펀드시장에서도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지만 올해 증시 불황의 소나기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삼성그룹 펀드 중에서도 연말로 갈수록 급락세인 삼성전자(005930)를 많이 담고 있는 펀드의 최근 수익률 부진이 특히 심각하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전체 자산 중 삼성전자 비중이 20%가 넘는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21일 기준 -14.89%를 기록했다.


다른 주요 그룹 펀드의 올해 수익률 부진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18개 기타 그룹주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7.06%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SK그룹 펀드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SK그룹우량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9.39%로 전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8.58%)보다 부진했다. 이외에도 LG그룹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 LG그룹+’ 펀드도 올해 -18.6%로 나빴다. 현대차그룹 펀드는 최근 자동차주 주가 상승에 반등했지만 연 수익률이 -10%대인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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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 주요 그룹사의 경영 환경 악화가 예상돼 수익률 개선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반도체 업황 문제로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메모리 현물 가격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며 “내년 1·4분기 삼성전자 주가가 3만5,000원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주가가 3만8,000원대인 만큼 10%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SK하이닉스도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SK그룹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의 경우 고질적인 실적 불안과 내수부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이달 들어 약 10% 오르며 단기 반등 중이지만 저가 매수 효과일 뿐 중장기 모멘텀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품사의 비용증가가 현대차 실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시장에서 진행 중인 현대·기아차 엔진 리콜에 관한 검찰 조사도 주가에 불안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대표 유통회사인 롯데그룹의 경우 내수 불황에 대한 경계감이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글로벌 금리 인상 등으로 내년 거시경제 환경이 나빠지면 국내 주요 그룹 중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롯데의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글로벌 경제 불황에 더해 국내 그룹사의 지배구조 문제도 그룹주 펀드 투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룹주 펀드의 강점은 다양한 계열사로 인한 포트폴리오 분산인데 내년 거시경제 부진에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현대차·롯데 등 대부분의 그룹이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그룹 펀드와 기타 그룹 펀드에서 자금이 5,154억원, 434억원 빠져나가는 등 투자자들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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