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
미투 열풍에 남녀 성 대결까지
연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필두로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검사 역시 성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고 정치·문화·체육·교육·연예계 등 각 분야를 망라해 미투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미투 운동은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과 청소년들이 동참한 ‘대학가 미투’와 ‘스쿨 미투’로 연결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투 운동은 유튜버 양예원 사건과 양진호 갑질 사건을 통해 몰카(불법촬영)와 음란물 유통 카르텔로 옮아갔다. 시민사회 고발과 경찰 수사를 통해 ‘헤비 업로더(불법촬영물 공급)-웹하드(대량 유통)-필터링 업체(자체 검열)-디지털 장의사(삭제)’라는 일명 ‘웹하드 카르텔’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몰카에 대한 분노도 확산했다.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출범한 ‘불편한 용기’가 주도한 이른바 혜화역 시위가 연중 이어졌다. 시위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고 근절을 촉구하는 장(場)이 되면서 많은 여성이 거리로 나섰다.
이수역 폭행사건 논란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 대결과 혐오표현이 번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성별 대결 구도에만 초점을 맞추다 우리 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훼손·폄훼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火
병원·고시원·저유소까지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
올해 역시 대형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화재의 교훈은 온데간데없었다. 소중한 생명이 화재 앞에 속절없이 스러졌다. 155명의 사상자를 낳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 8명이 부상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 9명이 목숨을 잃은 인천 남동공단 화재, 7명이 사망한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안전관리를 허술히 한 탓에 피해가 커지는 등 인재(人災)형 사고로 기록됐다.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막대한 재산피해를 끼친 화재도 올해는 두 건이나 발생했다. 43억원어치의 휘발유를 태운 고양 저유소 화재와 마포 일대 5개 자치구 통신망을 마비시킨 KT 아현지사 화재가 대표적이다. 두 사건 모두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재형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소방점검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점검 업체와 대상 업체는 사실상 갑을관계라 형식적 점검에 그칠 위험이 높은 만큼 소방당국의 책임 있는 점검과 관리·감독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怒
폭행부터 살인까지 폭발하는 분노사회
올해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자행된 잔혹한 범죄에 국민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 한 해였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피의자 김성수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김성수는 사소한 이유로 아르바이트생과 말다툼을 벌이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청원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공분에 힘입어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감경을 ‘의무’에서 ‘임의’로 바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잔인한 범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 가족이 직접 행동에 나선 일도 있었다. 같은 달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전 남편이 부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범죄의 잔인함과 별개로 가정폭력에 우리 사회가 방관해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안타까워했고 함께 분노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에서 느끼는 불만을 표출하다 못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분노범죄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酒
‘윤창호법’에도 근절되지 않는 음주운전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우리 사회의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하다. 윤창호법은 9월 부산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자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 또는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음주운전 단속기준도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낮춰졌다.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다.
하지만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에도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8일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일주일간 전국에서 음주 사고로 적발된 인원이 24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18일 인천에서 만취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고, 23일에는 대구에서 화물차 운전자가 만취 상태에서 자전거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과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까지 음주운전은 우리 사회 전 계층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