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일어나는 인수합병(M&A) 건수는 대략 4만5,000건에서 5만건 정도다. 금액은 약 3조달러(약 3,370조원)에서 4조달러(약 4,494조원)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연간 수출입을 합산한 금액이 대략 1조달러(약 1,123조원)가 조금 넘으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cross border) M&A 건수는 전체 M&A 건수의 25% 수준이지만 금액적으로는 전체 딜 금액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그 비중 또한 증가세에 있다.
자원과 시장이 부족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크로스보더 M&A,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outbound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하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그 규모가 10분1에서 20분의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M&A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해외 현지 기업문화 및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세법 등 각종 규제, 관리능력, 언어장벽, 정치적 불안정성 등)에 부딪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한국의 기업만이 갖고 있는 문제만은 아니며 굴지의 해외 기업도 과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본궤도에 오른 만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내용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M&A에서 실패한 경험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수 전 단계에서는 인수전략 타당성에 대한 검토 부족 혹은 시너지 효과에 대한 과대평가, 거래의 희소성에 기인한 M&A 성사에 대한 과도한 집착 및 그로 인한 과도한 가치평가, 실사 과정에서의 실수 등을 꼽았고 인수 시점 이후에는 피인수 기업의 주요 직원 이탈, 당초 예상과 달라진 시장 환경의 변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문화 차이 극복의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향후에 크로스보더 M&A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M&A 기획 단계에서의 면밀한 검토, 잠재 시장과 기업문화에 대한 더욱 세심하고 철저한 연구, 외부 자문사로부터의 자문 확대, 대상 회사의 핵심 직원 유지를 위한 충분한 배려, 점령자의 자세 배제 등을 꼽았다.
M&A의 70%는 기대했던 상업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그중 70%는 인수 후 양사 간의 문화 융합에 실패한다고 할 만큼 성공적인 M&A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시밭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수많은 우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우뚝 서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