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노조파업땐 고객 불편...용납못해" 국민銀 임원 54명 "사퇴" 배수진

300% 성과급 요구 과도 판단

KB국민은행의 전 경영진이 오는 8일 예정된 파업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며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노사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자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김남일·서남종·오보열·이계성 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 18명, 본부 본부장 11명, 지역영업그룹 대표 25명 등 54명은 이날 오후 허인 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경영진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KB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총파업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노사의 뜻이 다를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끝까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남일 영업그룹대표 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16명은 지난 3일 파업 참여를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방송했다. 김 부행장은 ‘KB국민은행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으로 “3,000만명의 고객, 이 소중한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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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또 내부 와이즈넷(인트라넷)에 임금 인상 관련 협상 상황, 다른 은행과의 임금 수준 비교치 등을 올렸다. 이미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경영 효율성을 위해 현재의 임금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달 8일 하루 경고성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양측은 경영성과급과 피복비 지급, 임금피크제, 페이밴드 등을 놓고 갈등을 계속해왔다. 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300%와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100만원(연간) 지급을 요구했지만 KB국민은행 측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비례해서 초과이익을 배분하자는 입장이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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