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변호사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변리사·세무사·법무사 등이 변호사의 소송대리 독점구조 해체를 요구하면서 직역 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의 최대 관심사가 ‘직역 수호’가 됐다. 이달 새 수장을 뽑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유사 법조 직역으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지켜내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 12명이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 자격을 부여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다음달부터 해당 입법이 본격적으로 심의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가 폐지되면서 시작된 변호사와 세무사 간 대립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변리사들은 지난달 초 ‘특허소송과 소비자주권’ 토론회 열고 ‘변리사법 8조’를 근거로 민사소송에서도 변리사를 특허침해 소송대리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리사들의 소송대리권이 확대되면 변호사 대신 법정에 설 수 있게 된다. 법무사들도 “비교적 간단한 개인회생·파산 사건은 변호사가 아닌 법무사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달 치러지는 제50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한 이찬희(53·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는 “직역 수호가 (임기 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변호사들의 소송대리 권한과 업무 범위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직역수호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유사 법조 직역들의 변호사 시장 침해를 막겠다”고 밝혔다.
서울변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종우(45·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도 “사법시험 존치 논쟁으로 변호사들끼리 싸우는 동안 변리사·세무사·행정사·노무사 등이 변호사의 직역을 침탈했다”며 직역보호 입법 활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서울변회장 후보인 이율(56·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도 “변호사들이 생존 한계에 내몰린 지 오래”라며 “생존권 확보를 위해 투쟁하는 집행부가 되겠다”고 밝혔으며 안병희(57·군법무관 7회) 변호사는 “변호사법 개정으로 법조 유사 직역의 소송대리권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