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로 이해하며 다양한 문화·언어 익혀...여기선 글로벌 인재죠"

[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

⑥ 다문화가정-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 가보니

중학교 과정 38명 중 한국학생 40%...같이 기숙사 생활도 적응에 도움

“후원등에 전적 의존 한계...정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 절실”

다문화가정 2세들이 해밀학교에서 토론수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해밀학교다문화가정 2세들이 해밀학교에서 토론수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해밀학교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서 한적한 도로를 따라 10여분을 달렸을까. 아담한 마을 바로 뒤 산기슭에 통유리로 제법 멋을 낸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입구에 서 있는 낡은 어린이 동상이 이곳이 폐교 부지였음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가수 김인순(예명 인순이)씨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해 설립한 대안학교 ‘해밀학교’다. 건물 외벽에는 ‘유니티인다이버시티(Unity in Diversity)’라고 적힌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다양한 우리가 만드는 하나’라는 학교의 교육이념이다. 점심시간이어서인지 학교 안 복도는 제법 시끌벅적했다. 식당 안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식사하고 있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해밀학교에는 현재 중학생 과정 38명이 인근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다니고 있다.

이 학교의 강예슬 교사는 “교육부로부터 조건부 인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학력이 인정된다”며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치지 않고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전체 학생의 40%는 한국 학생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초에 부임한 안만조 교장은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한국 학생이 적정비율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2세들의 문화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한국 학생들 역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말했다.

해밀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2세들이 교실에서 방과후 취미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해밀학교해밀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2세들이 교실에서 방과후 취미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해밀학교


해밀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한국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학생 비중이 비슷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란 다양한 문화를 서로 이해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한국 문화 적응보다는 오히려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안 교장은 “일반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2세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시 위주인데다 획일화된 한국 중심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4년간 학생들을 일선에서 가르쳐온 강 교사 역시 같은 생각이다. “다문화가정 2세들에 대한 한국 문화 교육은 사실 무의미해요. 어린 학생들은 굳이 교육이 아니더라도 한국 문화를 빠르게 습득합니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적응한다는 의미죠.”



실제로 지난해 해밀학교에 입학했다는 한 베트남 출신 학생은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어 좋다”며 “학교는 물론 기숙사에서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교육 시스템 덕분에 해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 대부분이 일반 고등학교에 어려움 없이 적응할 뿐 아니라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체계로는 해밀학교 방식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고민이다. 지난해부터 조건부 인가를 받아 학력을 인정받고는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안 교장은 “현재로서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예산 전액을 재단과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을 단순한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강 교사는 “차라리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중복된 복지성 예산을 줄이고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며 “초기에는 정책자금의 비중이 높은 게 맞았을지라도 이제는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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