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임금체계 개편없이 정년연장땐 '수천억 인건비 폭탄'

고임금 사업장 현대기아차

임금피크 전환 없이 늘리면

2025년까지 1.6조 더 부담

청년 고용은 사실상 불가능

고임금 사업장을 둔 대기업들은 사회적 합의 없이 정년 연장이 추진되면 ‘천문학적인 비용부담’에 이어 ‘고용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봉제에 기반한 정규직 사업장은 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데 정년까지 현재의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늘어난다면 청년 고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사회보험(건강·국민·고용·산재·장기요양) 금액은 110조6,947억원이었다. 10년 전인 2007년(51조 5,447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가운데 기업이 부담한 사회보험 비용은 49조9,578억원으로 국민부담액의 45%에 달한다. 근로자가 부담한 사회보험 비용(40조8,705억원)도 기업에서 받은 임금에서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년퇴직 전 근로자의 정년이 5년가량 늘어날 경우 기업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늘어날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감안할 때 신규 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고용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년을 늘린 선진국의 경우 조기 은퇴 후 연금을 타기 위해 정년을 낮추자는 주장도 나온다”며 “연금체계를 대폭 손보지 않고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정년이 늘려면 기업 현장에서 현재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호봉제와 임금피크제도를 대폭 확대하지 않고는 총고용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년 이후 촉탁직으로 채용을 유지할 수 있다”며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사회적 합의가 없이 진행되면 갈등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고임금 사업장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만 봐도 재계의 우려가 몸살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지부가 연구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을 보면 오는 2025년까지 누적 정년퇴직자 예상 인원은 1만9,182명(현대 1만3,779명·기아 5,403명)이다.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봉은 9,200만원 수준인데 임금은 정년퇴직 1년 전에 10%만 깎인다. 정년에 가까운 직원은 평균연봉을 훨씬 넘는 돈을 받는다. 이를 평균임금과 임금피크(-10%) 수준만 감안해도 1인당 8,280만원이다. 1만9,182명이면 정년퇴직으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만 단순 계산해도 1조5,882억원에 달한다. 생산성 향상될 청년이 아닌 정년에 가까운 근로자에게 고임금을 주느라 수조원을 지출하면 사실상 청년 고용은 힘들어진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사회적 합의도 안 됐고 노조와도 합의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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