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이른바 ‘재판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현직 판사 6명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업무 배제 조치를 내렸다.
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이 지난 5일 재판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6명을 오는 15일부터 8월31일까지 재판 업무가 아닌 사법연구에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1심에서 법정 구속한 성창호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비롯해 심상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원로법관), 임성근·신광렬·이태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의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인 만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임성근·신광렬·이태종 부장판사의 근무지는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으로 옮겼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이 유사 혐의로 재판에 넘긴 총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전직 판사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미 지난해 12월 정직 처분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인사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법원은 아울러 재판 업무에서 빼기로 한 6명의 법관에 대한 징계 청구도 신속히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권순일 대법관 등 검찰로부터 비위 사실이 통보된 나머지 66명의 법관에 대해서도 징계 청구나 재판 업무 배제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법원이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소 법관들에 대한 조치에 착수한 것은 의혹 판사들에 대해 사법부가 지나치게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의혹 연루 법관 13명을 지난해 6월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도 징계 결정을 무려 6개월이나 미뤘다. 결국 지난해 12월 13명 가운데 이민걸 전 기조실장 등 8명에 대해서만 최대 정직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징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도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성명서를 올리고 “앞서 이뤄진 솜방망이 징계가 낳은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연루 판사 76명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재판을 받게 될 법관이 계속 재판 업무를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