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반발을 막기 위한 ‘돌려막기’ 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 하기보다는 서민지원 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카드 수수료 인하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간담회에서 윤창현 시립대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은 금융산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와 타 부문 지원 강화라는 두 갈래의 방향에서 후자에 쏠려 있다”면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이라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반발에 부딪히자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달래려고 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카드사는 이미 2~3%에 불과하다”면서 “우윳값을 너무 인하하면 젖소가 죽게 되는 것처럼 카드 수수료를 깎게 되면 카드사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카드 연회비 인상과 부가서비스 축소뿐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폐해라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카드 수수료 갈등을 초래하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전가됐다”면서 “결제 방식의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으며 정부는 다양한 결제 방식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선택될 수 있도록 개입보다는 규제 해소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카드 수수료 정책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의무수납제란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의무수납제 도입으로 카드 사용이 널리 확대됐지만 정부가 카드 수수료에 개입하는 근거로 작용했다”면서 “미국이나 호주처럼 가맹점이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할 때 가격을 다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정부가 카드 수수료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 간 개별 협상에 따라 수수료율이 자율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