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Biz이슈&]D램 접었던 인텔…40년만에 차세대 메모리로 '재부팅'

■'D램'에 다시 뛰어든 인텔

D램·낸드 섞은 '3D크로스포인트'

메모리값 떨어져 당장 여파 적지만

비즈니스 지렛대 활용 가능성 커

삼성·SK하이닉스도 참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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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최근 차세대 메모리(3D크로스포인트) 판매에 들어갔다. D램과 낸드의 장점을 섞은 이 제품은 D램을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980년대 초반 D램 사업을 접었던 인텔이 다시 D램 시장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PC 및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독점 사업자인 인텔의 위상과 맞물려 3D크로스포인트가 메모리 시장에 균열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D램 가격이 많이 하락해 당장 3D크로스포인트가 팔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인텔이 비즈니스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심산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텔이 차후 출시하는 모든 CPU에 이 제품을 끼워팔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아직은 틈새 상품이지만 관련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년 만에 D램 대체재 내놓은 인텔=우선 CPU와 메모리 관계부터 보자.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데이터를 실제 처리하는 것은 프로세서인 CPU다. D램이 CPU 옆에 붙어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창고라면 낸드는 데이터를 장기저장하는 단순 창고에 가깝다. D램은 용량이 작아도 속도가 빠르다. 낸드는 그 반대다. 그런데 3D크로스포인트는 D램보다 용량은 크고 낸드보다 속도는 낫다. 인텔은 D램과 낸드 중간에 3D크로스포인트를 끼워 넣으면 PC 등의 성능 저하 없이 메모리를 덜 써도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인텔의 주장이다.


업계는 3D크로스포인트가 시장에서 자리 잡을 경우 낸드보다는 D램 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제품의 장점을 차용했다지만 D램의 특징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 1970년대까지 컴퓨터 메모리 시장의 80%를 석권한 1위 업체였다. 하지만 1980년대 초 일본에 밀려 D램을 포기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3D크로스포인트 출시는 인텔의 D램 시장 귀환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2015년에 개발된 이 제품이 지금 주목받는 것은 인텔이 최근 출시한 서버용 CPU가 3D크로스포인트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CPU이기 때문”이라며 “그간 인텔이 D램 시장의 간을 봤다면 이제는 판매에 나서는 단계”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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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하락으로 단기 여파 크지 않아도 경계 목소리=그럼 3D크로스포인트가 기존 메모리 시장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져 안정화됐다는 게 이유다. 기능 면에서도 현재의 D램·낸드 정도면 CPU 구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램 가격이 하반기까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 아니냐”며 “추후 D램이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 이상 3D크로스포인트의 존재감이 부각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텔로서는 CPU 지원 성격의 메모리가 CPU보다 더 잘나가는 현 시장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며 “5세대(5G)·인공지능(AI) 등으로 향후 메모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 다리라도 걸치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인텔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텔 CPU는 서버의 경우 점유율이 90%, PC에서는 80% 정도다. 한 마디로 골리앗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인텔이 메모리와 CPU를 한 묶음으로 파는 식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며 “CPU 독점 사업자의 위상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봤다.

인텔은 현재 낸드 시장에서 7.8%(2018년 4·4분기 기준) 점유율로 6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서는 삼성(33.1%)에 이은 2위(18.9%)다. D램에서 조금이라도 밀고 들어오면 메모리 분야에서 인텔의 무게감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국내 기업도 내부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이미 3D크로스포인트와 역할이 비슷한 제품(800GB NVMe Z-SSD) 개발을 끝냈다. 하이닉스도 관련 시장이 만들어지면 바로 제품을 발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인텔이 메모리 업체에 잽을 던지며 싸움을 거는 상황”이라며 “메모리 약세장이라도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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