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개헌 국민투표로 오는 2030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30년간 철권을 휘둘렀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정신이 시들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4년 임기로 연임까지만 가능하던 대통령 임기를 6년 연임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88.83%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선거는 20일부터 22일까지 치러졌으며 투표율은 44.33%였다.
2013년 군사 쿠데타로 실권을 잡은 시시는 2014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원래는 2022년까지만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시시는 개헌 조항을 현 임기부터 적용해 이번 임기가 2024년으로 늘어나고 6년 추가 연임까지 가능해졌다.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3연임으로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시는 선관위 발표 직후 “국민투표에 참여한 이집트인들이 해낸 멋진 장면.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개헌안은 또 대통령에게 최고재판관을 임명하게 하고 군사법원에 민간인 재판에서 더 많은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하산 나파 카이로대 정치학과 교수는 AP통신에 “예상했던 결과”라며 “더 억압적이고 (국민의 권한을) 제약하는 정책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의 대가로 식용유와 설탕·차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