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융합지구 사업이 표류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각 부처는 물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각종 캠퍼스형 산업단지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MIT와 스탠퍼드대 등을 표방한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정책이 난립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을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세 부처는 대학 내 유휴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해 기업·연구소와 주거·복지·편의시설을 짓는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물을 지어준 뒤 입주기업과 각종 산학협력 활동을 지원하는 게 목표로 산학융합지구와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교육부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총 14개 학교를 대상으로 캠퍼스 산업단지캠퍼스 사업을 진행해온 만큼 예산 중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부터는 이 사업의 후속으로 산학연 협력단지 사업을 신설해 오는 2023년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산단캠퍼스 사업에 참여했던 학과의 전체 취업률이 14개 대학 평균취업률과의 차이가 1%포인트에 불과하는 등 사업성과가 저조하다는 비판도 받는 실정이다. 과거 사업에 대한 반성 없이 무작정 실적 쌓기용 사업만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논란에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산단캠퍼스 사업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점 단위’ 개발이었다면 캠퍼스 혁신파크는 대학 내에 산업단지를 만드는 ‘면 단위’ 개발”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 역시 대학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학과 기초지자체(구청)가 함께 대학 주변에 창업공간을 조성하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학별로 4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2017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올해 광운대와 세종대·중앙대도 사업을 이어간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총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 역시 이러한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오세정 서울대 신임 총장이 임기 중 대표 사업으로 스탠퍼드대를 벤치마킹한 ‘관악 AI 밸리’를 서울시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게 대표적이다.
서울의 한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각 정부 부처는 물론 지자체까지 나서서 ‘대학과 사업할 거리가 없는지’ 자문을 구해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몇 년 안에 웬만한 이름 있는 대학이면 모두 한국형 실리콘밸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