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땅에 교육청 건물... 체육관도 못짓는 학교들

서울 초중고 30%가 시·국유지...건물과 소유주체 달라

분할된 재산권 때문에 개보수·재건축 법적으로 어려워

교육 차별·안전 위협에도 정쟁에 밀려 개정법안 '낮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소유 토지에 지어진 학교들이 개보수와 재건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지(지자체·정부)와 건물(교육청)이 각각 분리된 공립학교 재산권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교육차별까지 발생하고 있어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교육청 관할 초중고 1,015개교 중 서울시와 정부 소유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학교는 총 340개교로 나타났다. 전체 비중으로 살펴보면 29.1%로 전체 학교 가운데 10개 중 3개가 건물과 토지의 소유 주체가 다른 것이다. 서울시 소유 토지인 시유지에 지어진 학교는 108개교로 전체 학교의 10.6%를 차지했고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소유 토지인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는 학교는 188개교로 18.5%에 달했다. 시유지와 국유지를 병합 점유하고 있는 학교도 44개교로 4.3%를 차지했다.

2316A31 시ㆍ국유지 점유 서울시내 학교 현황2316A31 시ㆍ국유지 점유 서울시내 학교 현황



문제는 국유지와 시유지에 지어진 학교들이 분할된 재산권에 따른 법적 문제 탓에 건물이 낡아도 제대로 된 개보수와 재건축이 힘들다는 점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시유지를 점유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건물 증축 시 건축물 관리대장에 신규 등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관리의 효용성을 제약하고 있다. 국유지에 지어진 학교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시유지의 경우 시장과 교육감이 같은 지자체 대표이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국유지는 국유재산법 탓에 교육시설 신축과 증개축이 법적으로 막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교육청이 중앙정부와 서울시 소유 토지를 유상으로 사와야 하지만 열악한 교육청의 예산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시유지에 지어진 학교의 경우 지난 2017년 2월 교육청과 강남구가 협약해 서울대도초등학교를 증축하고 교육감 명의로 건축물대장을 등록하는 등 협의를 거쳐 건물 증축을 한 사례가 있다.


재산권 문제로 인한 학교시설 문제는 교육차별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빙고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면적의 약 80%가 국유지인 탓에 교육청이 학생들을 위한 체육관 증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기재부가 학교 부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탓에 체육관 건립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빙고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체육관이 없어서 교육환경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빙고초등학교는 다른 부처 소유 토지 위에 지어졌지만 다른 국유지 점유 학교들은 교육부 소유 토지 위에 지어진 경우가 많다. 시유지나 국유지에 지어진 학교가 노후해도 재건축이 쉽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창호 교체와 옥상 방수 같은 일반적인 보수만 가능하다”며 “기존 건물에 수평 또는 수직으로 건물을 덧붙이는 개축과 같은 대규모 공사는 불가능해 위험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당 문제를 인식해 정치권에서 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정쟁 탓에 통과는 하세월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각각 지난 2016년 8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국유재산의 무상대부 특례를 규정한 학교시설사업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도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늑장 대응에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포함한 전국의 교육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해당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경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