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문 대통령의 공식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를 공익제보라고 두둔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의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을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며 “당리당락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공직 사회의 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또한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완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외교부를 향해 공직 기강을 확립하라는 경고를 보냈으나, 그보다는 한미 정상 통화내용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비판하는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27일부터 나흘간 실시되는 을지태극연습과 관련해 “정부와 군, 국민이 함께 참가하는 이번 연습은 전시 대비 연습으로만 진행하던 을지연습과 달리 대규모 복합재난에 대비한 국가위기관리 대응연습을 추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 현재 사회에서는 전쟁뿐만 아니라 대규모 재난 등 비군사적 위협도 국가 안보의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따라서 포괄 안보차원에서 국가의 위기관리 역량을 점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후 포항지진, 조류독감과 구제역, 메르스, 강원도 산불 등에서 확인되었듯이 개별 재난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량은 많이 개선되었다”며 “이제 한발 더 나아가 하나의 재난에서 시작하여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복합재난에 대처하는 대응 능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방 태세와 관련해선 “한반도 안보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대화를 통한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고 있지만, 튼튼한 안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이번 전시대비 연습은 공격이 목적이 아니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 목적이며 특히 한국군 단독훈련이므로 우리 국방을 우리 힘으로 지키는 자주적 태세를 확고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