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북한의 비난에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9일 쌀을 중심으로 한 대북 식량 지원 추진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남한 당국의 대북 지원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직접지원 또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등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일단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원 품목이 쌀이냐, 다른 곡물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남는 쌀이 130만톤 정도 된다. 남는 쌀의 창고보관료만 1년에 4,8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며 사실상 쌀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이날 북측은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드러냈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지난달 27~30일 시행된 우리 군 단독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을 문제 삼으며 남한 당국의 인도주의 지원을 비난했다. 이 매체는 ‘속에 품은 칼부터 꺼내놓아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통해 “북남관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저들의 본질적 죄과인 군사적 망동은 기만적인 허튼 요설로 가려 보려 하고 대화요, 인도주의요 하는 부차적인 겉치레로 그 무슨 생색을 내보려 한다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남한 내에서 대북 지원 논의가 나온 뒤 줄곧 개성공단 재개 등을 주장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생색내기’ ‘겉치레’라고 평가절하해왔고 김 장관도 이날 북한과 식량 지원에 대한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해 남북 간의 시각차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북한이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강행할 경우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정부는 인도주의를 강조하지만 사실상 식량 지원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정치적 성격이 강한 만큼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김 장관은 “조기에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며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도 “물론 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전에 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