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톡홀름 의회 제2 의사당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주제로 연설을 갖고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실질적’ 조치를 주문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 없이 핵심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압박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 직후 ‘핵 군축으로 가기 위해 어떤 조처를 할 것이냐’는 울레 토렐 사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이어서 재래식 무력에 대한 군축도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는 구상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 대화와 다자 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의 이행을 통해 안으로부터 평화를 만들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핵무기 보유를 포기한 스웨덴을 사례로 들며 북한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핵으로 무장하기보다 평화적인 군축을 제시하고 실천한 것은 스웨덴다운 선택이었다”며 “스웨덴이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에 나선다면 ‘체제의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며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을 강조하면서도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며 국내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 전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문 대통령은 이날도 “북미 간 남북 간의 대화가 너무 늦지 않게 재개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의 화답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거듭나면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고 아시아가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빈방문한 스웨덴은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실무 협상단이 담판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에서도 스웨덴은 도움을 준 바 있다”며 “남북의 평화를 위해 오랜 기간 스웨덴이 보여준 노력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을 비롯해 스웨덴 의회 의원 및 정부 인사, 스톡홀름 주재 외교단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은 이날 빅토리아 공주 내외, 필립 왕자 내외 등 왕실 가족만이 동석한 가운데 친교 오찬을 주최하는 등 문 대통령을 따듯하게 맞이했다.
/스톡홀름=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