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는 자국의 돈육 공급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동물성 단백질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라는 거대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도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리서치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중국은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나라다.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가량을 생산·소비할 정도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중국 축산 농가들은 엄청난 규모의 돼지 떼를 살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말까지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최대 3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번 중국의 사태는 전 세계 육류시장에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가격 부담으로 중국인들이 돼지고기가 아닌 다른 육류를 먹기 시작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먼저 축산육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로 인해 향후 수년간 육류 소비량이 감소하고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 행태와 기호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또 사료를 먹일 돼지의 개체 수도 줄어들어 곡물 가격은 결국 하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변화들은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중국·브라질 그리고 유럽의 돼지고기 사육업자들은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으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또한 돼지고기에 대한 대체 수요로 인해 닭고기 전문기업 주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반면 동물 사료 및 곡물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영업환경이 악화돼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의 돼지열병 사태와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은 같은 악재이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무역전쟁의 경우 정치적 이슈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잠재적 영향력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돼지열병 사태의 경우 농산물 시장, 축산육 가격, 관련 산업 및 개별 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대한 의미 있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번 돼지열병 사태는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려고 할 때 무역전쟁 외에 다른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무역전쟁이 심화되더라도 13억 중국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비를 계속 할 것이다. 약 3,000개 이상의 기업들로 구성된 중국 A주 시장에는 소비자의 소비 습관이나 제품 가격 변동으로 수혜를 입게 될 기업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전 세계 기업들이 계속되는 위기상황 속에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 중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돼지열병 사태는 변동성 높은 중국 주식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안을 발굴하기 위해 산업이나 섹터 전반을 아우르는 철저한 상향식 리서치가 투자 판단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