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홍콩시위 대자보, 中 유학생이 뗐다?"…실제 中 유학생 생각 들어보니

대학가 내 “홍콩 유학생이 붙인 전단, 中 유학생이 뗐다” SNS 소문

대부분 中 유학생들 “홍콩시위에 대해 ‘무관심’”

일부 中 유학생 “일국양제와 송환법 동일선상에서 보는 건 무리”

중국 현지 언론통제 대해서는 “알 권리 보장해야” 비판

서강대학교에 게시된 홍콩유학생들의 전단/온라인 커뮤니티 캡쳐서강대학교에 게시된 홍콩유학생들의 전단/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홍콩인 유학생들이 ‘송환법’에 대한 대자보를 붙였더니 중국인 유학생들이 거친 태도로 대자보를 회수했다.”

지난 13일 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중국인 유학생들 근황’이라는 게시글이 논란을 일으켰다. 홍콩 시위의 발단이 된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과 관련해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홍콩인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였으나 중국인 유학생들이 떼버렸다는 내용이다. 글 작성자는 “중국 유학생들이 무례할 정도의 거친 태도로 대자보와 전단을 회수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한국인 학생들이 ‘왜 거둬 가나’고 물어도 ‘상관하지 마’라고 쏘아붙인 뒤 중국어로 욕하는 중국 유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SNS상에 퍼지면서 대학가 내 큰 화제가 됐다.


실제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번 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 씨는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인 유학생 대부분은 무관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SNS에서는 홍콩 시위와 같은 것을 아예 볼 수 없어서 ‘무관심’보다는 ‘모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B 씨도 “중국 SNS에서는 이번 시위에 대한 게시글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번 홍콩 시위에 대부분 무관심한 데 대해 “중국에서 지낼 때 공산당이 제일 좋다는 세뇌 교육을 받았고 정치적 경험도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매우 중요해 공산당과 정치적 관점이 맞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위의 발단인 ‘범죄인 인도 법안’과 관련해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홍콩 유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견해를 말하기도 했다.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C 씨는 “홍콩인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경우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송환법에는 극단적인 범죄, 살인 등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국양제 체제와 이번 송환법을 완전히 동일 선상에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홍콩 시위의 원인과 관련해 B 씨는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번 사건의 제일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의 중국 정부의 불신과 공산주의 체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아직도 민주와 자유가 없고 정치의 자유도가 매우 낮아 홍콩 시민들이 중국을 불신한다”며 “홍콩의 미디어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보도한 것도 홍콩 시민들이 가지는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의 형성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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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언론 통제에 대해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인 유학생 B 씨는 “사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중국에서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위키피디아 등 다른 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애이나 사이트가 정치적인 이유로 차단돼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비판했다. C 씨는 “중국 현지의 보도는 모두 공산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이번 시위에 대해서는 ‘폭동이다’, ‘외국 세력이 들어와 홍콩을 혼란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아예 모르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앞서 SNS상에서 일었던 ‘홍콩 유학생이 붙인 대자보를 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이 대자보를 회수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더라도 일부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A 씨는 “주변 유학생들과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인식이 악화 될까 두렵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홍콩인 유학생들은 이번 홍콩 시위와 관련해 한국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중앙대학교에 다니는 홍콩인 유학생 주 모 씨는 “영국과 독일, 호주, 일본 해외 곳곳에서도 홍콩인들의 응원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만약 송환법이 추진된다면 일국양제의 의미가 완전히 없어지고 거짓에 불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현재 홍콩 현지 시위 계획단과 연결된 홍콩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어 “홍콩이 반환된 지 2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앞으로 홍콩인들의 인권이 더 많은 침해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홍콩에서는 지난 9일부터 홍콩 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으며 최대 200만 명이 참여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지난 15일 홍콩 정부는 송환법 추진의 잠정 중단을 결정했으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은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송환법 추진이 잠정 중단된 만큼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보류가 아닌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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