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日 경제보복 출구는]징용案 '정부의 역할' 필요...日에 협상장 올 명분 줘야

■서경 펠로·전문가 진단

'1+1案'으로는 한계

日 협상장 들어올

명분 만들어줘야

트럼프 한일중재도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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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펠로(자문단)들은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 대 강 맞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일본에 ‘1+1(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 배상)’에 더해 ‘플러스 알파’를 제시하며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사법부의 판결을 일본 기업에 적용하는 시점을 유예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협상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국 간 외교통상 ‘치킨게임’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만큼 우리 정부로서도 출구 플랜을 정밀하게 짜야 한다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10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비등점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쿨다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는 ‘1+1안’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만큼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더해 정부가 일본 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국민 여론을 의식해 감정싸움을 벌이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결국 양국 정상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비공식적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한 뒤 상호 합의가 되면 우리가 먼저 정상회담을 공식 제의하는 모양새를 취해 두 정상이 만나야 한다”며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고 이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일본이 수출규제를 유예하는 형식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이후 관세유예를 이끌어낸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통상조치 전면 재검토 필요

뾰족한 맞대응 카드 보이지 않아

되레 상대 자극하는 결과 낳을것




펠로들은 정부가 우선 외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센터장은 “진전된 방안을 내놓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케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은 이번 사태를 통상이 아닌 외교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본이 한국 정부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일본이 태도변화를 보일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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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문제의 불씨가 된 외교 이슈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문제가 외교에서 비롯된 만큼 이 부분부터 짚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일본에 맞대응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 꺼낼 만한 뾰족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며 “되레 상대를 자극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日 ‘징용案’ 요구 전향적 검토

외교 이슈부터 실마리 풀어야



우리 정부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조치를 촉발시킨 강제징용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일본에 타협의 제스처를 보여야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일본의 요구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와 우리 측의 양보 없이는 이번 문제는 풀기 어렵다”며 “정부가 기존 입장만 계속 되풀이하거나 우리 기업만 만나서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관련 3국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으면 추가 보복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청와대는 3국 중재위 구성은 물론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강제징용특별법’ 제정 등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 원장은 “사법부의 판결을 일본 기업들에 집행하는 시점을 좀 늦춘다거나 박근혜 정부 때 맺은 위안부 합의를 정부가 다시 한 번 검토하는 등의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을지가 딜레마이지만 국내정치적 저항도 없고 경제에 해악도 없는 ‘왕도’는 없다”고 조언했다. 무작정 ‘수용 불가’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중재 요청을 위해 미국에 급파된 가운데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허 원장은 “일본의 외교관행상 이번 조치는 미국의 묵인 없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 다른 나라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철회하라고 할 국제적인 명분도 없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도 “국제공조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일본의 논리를 뒤집을 만한 외교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미국의 중재 역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결국 우리가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ICJ에 제소하는 것은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빈난새·김우보기자 binthere@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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