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4차 산업혁명의 패권다툼이 한창인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나마 자율주행이나 가상현실 등 이미 사업성이 검증된 분야에 머무를 뿐 3D프린팅·블록체인 등 미래 분야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하고도 기껏해야 전자상거래나 교육사업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기업들이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올 만하다. 얼마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청와대를 찾아 정보통신 강국의 명성과 달리 AI 발전이 늦었다고 충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리만 요란할 뿐 지지부진한 정책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진출을 꺼리는 것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절반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시장 형성 불투명과 규제 장벽을 꼽았다. 당장 승차공유만 해도 택시 월급제와 면허제를 도입하는 등 기득권을 보호하는 미봉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빅데이터나 원격의료 등 무엇 하나 진척되는 분야를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신산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규제와 기득권의 장벽 앞에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업들은 무엇을 느끼겠는가.
4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다. 그것도 1~2년 내에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 창의력을 북돋우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새 일자리와 서비스가 창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