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적자에 몸집 줄인 우버...토종 플랫폼은 괜찮나

출혈경쟁 탓 적자 100억弗 넘어

"차량호출 사업에 문제" 논란까지

"한국형은 수년내 흑자" 전망 불구

'택시제도 개편안' 영향 낙관 일러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가 전 세계 마케팅 인력의 3분의1을 감원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리프트 등 동종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가 눈덩이처럼 커진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처럼 플랫폼 모빌리티의 상징과도 같은 우버의 수익성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타다’ 등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렌터카 기반의 ‘한국형 모빌리티’가 시장 확대와 인공지능(AI)을 통한 운행 효율화 등으로 수년 내에 흑자 전환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에 따라 사업 모델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현재로서는 수립했던 경영목표 실현을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버는 1,200명에 달하는 전 세계 마케팅 인력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4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기존 마케팅 조직의 중복된 업무를 줄이고 새롭게 재편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경쟁력을 되찾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우리의 많은 팀들은 너무 비대하다”며 “그 결과 업무의 중복을 낳고 의사결정의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우버의 이 같은 감원 계획은 최근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5월 우버는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지만 상장 직후 주가 폭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우버의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45달러) 대비 7.62% 하락하며 1995년 이후 10억달러 이상 대형 IPO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반등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다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우버는 29일 전장보다 1.44% 떨어진 43.8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인력감축과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은 우버의 실적 탓이다. 우버의 1·4분기 손실은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이 31억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20% 올랐지만 적자는 지난해 4·4분기 대비 1억3,500만달러 늘었다. 우버는 2014년 6억4,4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후 해마다 수십억달러의 영업 손실을 냈으며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액만도 10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우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찌감치 불거졌다. 렌 셔면 컬럼비아 경영대 교수는 6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버를 비롯한 차량 호출 사업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기존의 플랫폼 사업자처럼 독점적인 지위에 오르기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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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승차공유 시장을 아직은 이행기라고 본다. 모건스탠리는 “우버는 승차공유와 음식 배달 같은 핵심 서비스와 화물운송,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 같은 신규 서비스에서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버의 성장 전망이 엇갈리면서 국내 시장의 관심은 ‘타다’와 같은 토종 플랫폼 업체에 집중된다. 과연 이들은 우버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다. 최근까지 토종 플랫폼 업체들은 순조로운 성장을 낙관했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드라이버 모집을 위한 마케팅 비용과 운행비 지급 부담이 큰 우버와 국내 업체들과는 사업 모델이 다르다”며 “렌터카를 활용한 기존 방식이 유지됐다면 모빌리티 시장의 확대와 운행 효율성을 끌어올려 예상보다 빨리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버 등 승차공유가 일반인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승객을 태우는 방식이라면 타다의 모델은 운영사인 VCNC가 직접 승합차를 관리하고 운전기사를 고용해 운행하는 형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운전기사 알선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활용한 ‘한국형 모빌리티’인 셈이다.

하지만 17일 정부가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후 토종 플랫폼들의 성장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큰 틀의 제도가 정해진 만큼 투자 안정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스타트업들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결국 이들은 전략 수정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 개편방안의 핵심이 택시 면허권 내에서의 총량 규제인 만큼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은 운행 대수를 늘리는 대신 한 대당 거둘 수 있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요금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반발에 휩싸일 수 있어 고심에 빠진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국내 플랫폼 업체들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예측하기 힘든 시기 ”라고 말했다. /권경원·전희윤기자 nahere@sedaily.com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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