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홍콩에서 한국인 1명이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4일 홍콩 교민 사회와 주홍콩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무렵 한국인 1명이 전날 저녁부터 격렬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던 홍콩 몽콕(旺角) 지역에서 체포돼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홍콩 교민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은 취업비자를 받아 식당에서 일하는 20대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6월부터 이어진 가운데 한국인이 현장에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포된 한국인은 불법 시위 참가 혐의를 받고 있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단순히 시위를 지켜봤는지, 아니면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등은 경찰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홍콩 경찰에 사실관계에 기초해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3일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홍콩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몽콕과 침사추이(尖沙嘴) 일대에서는 격렬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2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추진했던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얼마 후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은 죽었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시위대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체로 평화롭게 이뤄졌던 시위는 최근 들어 경찰과 충돌이 잦아지는 등 갈수록 격렬해지는 모습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8일 도심 시위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던 시위 참가자 49명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16살 여학생도 포함됐다. 주최 측 추산 12만 명이 참여한 전날 몽콕 시위도 당초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이 허용한 행진 경로를 벗어나 침사추이 지역 등으로 행진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다. 검은 복장을 한 시위 참가자 4명은 부둣가 게양대에 걸려있던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져 홍콩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도 정관오(將軍澳)와 홍콩섬 서부 지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릴 예정이며, 홍콩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총파업도 5일 예정돼 있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은 최근 수차례 안전 공지를 통해 홍콩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우리 국민이 시위 현장을 최대한 피할 것을 당부했다. 주홍콩 총영사관은 “홍콩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우리 국민은 시위장소 방문을 피해달라”며 “부득이하게 시위장소 인근을 방문할 경우 검은 옷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시위대로 오인당할 수 있고, 시위 장면 등을 촬영하면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으니 이 점에도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