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외환이 그만큼 국내에 유입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외환이 추가로 유입되면, 외환(달러)의 가격은 떨어지고 우리 환율은 하락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환율이 실제로 하락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지므로, 정부는 환율 방어에 온 힘을 기울이곤 한다. 정부는 어떻게 환율방어를 할까? 가장 먼저 취하는 정책은 외환을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외환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화폐를 새로 찍어내야 하고, 기획재정부는 국고채권을 팔아서 재원을 마련해야 하므로, 이것은 한없이 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화폐증발은 물가불안을 초래하고, 국고채권 발행은 자칫 재정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다음으로 선택하는 것은 국내에 유입되는 외환을 해외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것을 뜻한다. 박근혜 정권의 연평균 성장률이 겨우 3.0%였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다시 말해, 경상수지를 해외투자로 유도했던 정책이 국내경기를 하강시키는 역할을 했고, 그 바람에 우리나라 성장률은 꾸준히 떨어지기만 했던 것이다. 수출로 애써 벌어들인 소득을 즉각 해외로 유출했으니 국내경기가 부진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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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금언은 국가경제에서도 영원히 변치 않을 진리이다. 성장률처럼 아무리 바람직한 경제지표라도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자칫 경제공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대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인 일본, 독일, 대만 등은 장기간 경제난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도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투자로 유출시키는 정책을 펼친 뒤부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성장률이 3.0%로 추락한 데에 또다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소위 ‘창조 경제’의 기치 아래 이뤄진 연구개발(R&D)에 대한 과도한 재정지출이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가 [Can Japan Compete?]라는 책에서 밝혔듯이,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세계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리 뛰어난 관료도 시장의 기능보다는 유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연히 소중한 국가자원을 낭비한 꼴이니 성장잠재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10년 후에는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어떤 산업을 일으켜야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시장기능이 할 일이다. 정책당국의 최우선적 과제는 이미 실패가 드러난 정책들을 폐기함으로써 국내경기를 회생시키는 것이다. 특히 재정지출 등 공공부문의 축소가 급선무이다. 공공부문의 지출은 생산성이 낮아서 민간부문이 외면하는 분야에 주로 투입되므로, 이것을 축소시키면 국가경제의 평균적인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의 투자가 왕성해질 것이며, 어떤 분야에선가는 뛰어난 성과를 나타낼 것이고, 다른 많은 기업들도 그 분야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면 10년 후에도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산업이 자연스럽게 부상할 것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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