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두고 ‘이상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르고 있다는 손보업계의 주장을 건강보험공단이 부정한 것이 발단이다. 업계에서는 최신 수치를 빠뜨린 건강보험공단의 분석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2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내부자료를 통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히려 줄었다고 분석했다. 손해율이 줄었으니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실손보험 적자가 늘고 있다’는 손보업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7년 상반기 124.6%였던 실손 손해율이 지난해 122.9%로 감소했다는 수치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손보업계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내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2017년 123.2%에서 지난해 121.8%로 소폭 줄어든 것은 맞지만 올 상반기 129.6%로 다시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서도 5.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손보사들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의미하는 발생손해액도 늘고 있다. 금감원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약 7조원이었던 발생손해액은 지난해 8조7,000억원대까지 급증했고 올 1·4분기에 이미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문재인 케어의 효과로 인해 실손보험료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다.
절대적인 보험금 지급액이 늘고 있음에도 지난해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해 실손보험료가 소폭 인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추가 인상이 어려운 탓에 손해액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메리츠화재를 제외하고 일제히 급감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36%가 줄었고 DB손해보험은 31.3%, 현대해상은 36.1% 감소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사회 전반에서 문재인 케어에 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이 같은 해프닝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보업계에서는 문재인 케어 자체보다도 문재인 케어를 악용해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의료계의 행태가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문재인 케어 논쟁’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손보사들의 실적 악화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과잉 진료와 보험 사기 등이 꼽히는 만큼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