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잉여금 30조 정부로 이전…인도 중앙銀 독립성 흔들

대규모 경기부양책 활용 전망 속

"정부 금고 전락…신뢰 훼손" 지적

지난해 말 '親모디 RBI총재' 취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인도중앙은행(RBI)이 26일(현지시간) 1조7,600억루피(약 30조원)에 달하는 배당금과 자본잉여금을 인도 연방정부에 이체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최대 수준인 이 자금은 인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행정부가 중앙은행 자금을 쌈짓돈처럼 쓰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RBI는 지난해 회계연도(2018년 7월~2019년 6월) 정산 결과 순이익 1조2,340억루피와 초과준비금 5,260억루피 등 총 1조7,600억루피를 연방정부에 이체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RBI는 매년 투자 및 화폐 발행 등과 관련해 발생한 수익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후에는 6,800억루피를 정부 계좌에 이체했다.


인도 정부는 RBI로부터 이체받은 자금의 상당 부분을 경기부양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인도는 당초 계획했던 외국인과 자국 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 관련 증세 방침을 철회하기로 하고 슈퍼리치 증세 방안도 오는 2020년까지 보류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부양책을 23일 발표했다. 또 유동성 확대를 위해 국영은행권에 7,000억루피의 금융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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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이번 결정이 모디 정부의 취약한 공공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인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 칼턴대의 비벡 데헤지아 경제학 교수는 “인도 중앙은행이 자율성을 잃고 중앙정부의 돼지저금통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의 눈에 중앙은행이 완전히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고 비치는 것은 인도 경제에 전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모디 정부는 줄곧 RBI에 악성채무를 안고 있는 공공 부문 은행들에 대한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RBI 준비금 일부를 활용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모디 정부와의 갈등 속에 매파적 금융정책을 펴던 우르지트 파텔이 지난해 12월 RBI 총재직에서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후임으로 친(親)모디파 관료인 샤크티칸타 다스 총재가 취임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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