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뒤 도로에서 작업을 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혀 작업자 3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깜빡이를 켜지 않은 작업차량에도 사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한화손해보험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등 3명은 2011년 10월 전북 진안의 한 도로에서 전선 지중화 작업을 마치고 작업 차량으로 돌아오다가 혈중알코올농도 0.190%의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던 박모씨의 무보험차량에 치어 전원 사망했다. A씨와 ‘무보험자동차 상해보험’을 체결한 DB손해보험은 A씨의 유족에게 보험금 1억5,132만원을 지급한 뒤 A씨와 또 다른 상해보험을 체결한 한화손해보험에 중복보험에 따른 분담금 7,566만원을 청구했다. 분담금을 지급한 한화손해보험은 “사고 현장에 있던 작업차량에도 도로교통법에 따라 점등을 하지 않은 등의 과실이 있다”며 작업차량의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이 A씨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사고 발생 시각이 일몰 이후이므로 작업차량이 점등을 했더라면 가해차량이 충분히 작업차량을 피했을 것”이라며 한화손해보험의 주장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사고 발생은 박씨의 비정상적인 음주운전에서 비롯됐고 작업차량이 점등을 하지 않은 것과는 인과 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작업차량이 점등을 했다면 가해차량이 더 멀리서 작업차량을 발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작업자 전원이 즉사하는 사고는 피했을 여지가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