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온건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12일(현지시간) 알려져 주목된다.
외교·안보 ‘투톱’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직 겸직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유일한 전례로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키신저 전 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던 1973년 9월 국무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1975년 11월까지 2년여 동안 두 자리를 겸직한 바 있다.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대화파인 폼페이오 장관에 힘이 실리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미 CNN방송은 이날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볼턴 전 보좌관을 그의 라이벌이었던 폼페이오 장관으로 교체하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나리오가 이뤄진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두 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로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 참모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백악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이 CNN에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된 당일인 지난 10일 부인과 함께 참석한 워싱턴DC의 한 자선 무도회에서 매우 쾌활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함께 볼턴의 ‘해고’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했다고 CNN은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최근 공식 회의 자리 밖에서는 아예 대화도 나누지 않을 정도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다만 CNN은 행정부 당국자들이 폼페이오 장관의 권력 비대화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키신저 모델’을 경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겸임 카드 대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별도로 임명키로 선택할 경우 10여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인사로는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와 북미 실무협상의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거론된다. 두 사람은 ‘폼페이오 사단’으로 분류된다. 외교적 협상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파인 본턴 전 보좌관보다는 폼페이오 측근의 대화파들을 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승리에 열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병력 철수, 외교적 협상 타결 등과 같은 공약 이행을 추진하는 만큼, 이를 위한 ‘정치적 수완’도 하나의 인선 잣대로서 검토될 수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외교적 협상을 중시하는 폼페이오 장관에 힘이 실리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지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현안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마찰했던 볼턴 전 보좌관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대리인’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대선 국면에서 북미 대화에서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