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국내 유입으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고 단호하게 해야 한다”며 초동 대응과 조기 퇴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경기 포천시 일동면의 돼지 밀집 사육단지 주변을 찾아 방역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전일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ASF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경기 연천에서도 확진 소식이 전해진 탓에 방역 현장엔 다소 긴장감이 돌았다. ASF 방역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 지사를 비롯해 위성환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이계삼 포천 부시장, 김태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 등도 함께 했다.
“전파 경로 어떻든 신속하게 할 일 해야”
이 총리는 먼저 밀집 사육단지 앞 도로에서 선 채 김종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으로부터 경기도 방역 추진 상황을 보고 받았다. ASF 첫 발생 지역인 경기도의 경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방역대 통제 초소 14곳, 거점소독시설 11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양돈 농가 1,323호에 대한 방역을 실시 중이다. 이와 더불어 ASF 발생농장 방문 차량과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에 대한 임상 예찰·정밀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총리는 “오늘 아침 전파 경로도 모르면서 살처분부터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맞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맞지 않다”며 “전파 경로가 어떻게 되었느냐와 상관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고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리는 “전파 경로가 어떻든 간에 이미 밝혀진 분명한 사실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나는 파주와 연천까지 ASF 바이러스가 이미 침투했다는 사실. 두 번째는 그 전파 경로가 어찌 되었건 사람, 짐승, 차량 셋 중 하나에 의해 전파됐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그것을 전제로 우리가 해야 할 바를, 거듭 말씀 드리지만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고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AI·구제역 방역 경험 살려 ASF 조기 진압해야”
이어 이 총리는 차단 방역시설인 인근 거점소독시설로 이동해 소독시설·장비 작동상황을 점검했다. 이곳에서 이 총리는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방역 경험을 발전시켜 이번 ASF를 조기 진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ASF도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AI와 비슷한 속성이 있고, 방역 또한 비슷할 것”이라며 “AI는 유례없이 성공적으로 방역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6~2017년 겨울에 닭과 오리 3,800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다. 하지만 일년 후인 2017~2018년 겨울에는 살처분이 10분의1로 줄었고, 2018~2019년 겨울엔 한 마리도 살처분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우리의 어떠한 방식이 성공적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돌이켜보면 이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가 자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지자체·군·농협 협업 중요”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말했다. 이 총리는 “그 과정을 함께 했던 사람이 김 장관”이라며 “저는 김 장관이 이번 일을 세계에 전례 없이 잘 막으리라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농식품부와 각 지자체, 군 그리고 농협의 협업도 당부했다. 이 총리는 동행한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대표에게 “이런 있을 때마다 농협의 활동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며 “지난번 강원 산불 때도 볍씨 무상 공급, 못자리 대행, 농기계 무상 지원 등은 농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지원이 농민들에게 안도감과 재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방역에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며 “이번 돼지열병이 안 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기왕에 온 것 최단 시일 내에 진압을 하면 국민들이 훨씬 더 신뢰를 해주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이미 우리가 성공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를 더 확고하게 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