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고등학교 부지. 이 학교 부지는 지난 1976년 4월에 종합의료시설로 결정됐다. 당초 부지 면적은 6만1,000㎡ 규모. 하지만 서울시는 불과 1년여가 흐른 1978년 2월 종합의료시설 용도인 이 부지를 쪼개 종합의료시설과 학교용지로 분리했다. 6만1,000㎡의 종합의료시설 부지가 세분화되면서 9,114㎡ 규모의 종합의료시설 부지와 2만5,289㎡ 규모의 학교 부지로 나뉘게 된 것이다. 또 불과 10개월 후에는 2만5,289㎡의 학교 부지 면적을 1만6,528㎡ 규모로 축소했다. 이 부지는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1-1과 61-2 등 두 개 필지의 토지다. 토지 소유주는 여의도동 61-1의 경우 사유지이고 61-2는 LH다. 현재 이 학교 부지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미집행 학교용지(도시계획시설)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학교용지로 묶여 있다. 아파트도 상가도 지을 수 없다.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학교용지에서 풀려야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학교용지 지정이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큰 상황이다.
◇학교 용지 결정 배경과 주체가 불분명한 ‘여의도 고교부지’
통상적으로 학교용지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고등학교), 교육지청(초·중학교)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재개발·택지지구개발 등을 계획할 때 반드시 지역 교육청과 교육지청의 의견을 듣고 이를 개발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여의도 학교 부지는 학교용지 결정 요청의 주체도 불분명하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너무 오래된 학교용지인데다 기록도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아 1978년 학교용지로 결정될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에 학교용지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 당시 분위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교육청의 의견보다는 구색 갖추기로 학교용지를 결정하고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지는 만큼 서울시가 여의도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임의로 학교용지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에 따라 여의도 학교 부지에 대해 2011년 서울시에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의도 미집행 학교시설용지 인근에 여의도 고등학교와 여의도 여자고등학교 등이 있어 추가로 고등학교를 건설해야 할 만큼의 학생 수요가 없다”면서 “서울시 교육청은 이미 해당 부지에 고등학교 신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 정해진 만큼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한 상태다. 따라서 학교용지 해제 여부는 서울시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8년 전에 관련 통보를 받고서도 아직도 학교용지로 잡아놓은 상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교육청이 학교를 신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울시에 통보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지역 교육청이 학교를 짓지 않겠다고 해서 곧바로 학교용지에서 해제할 경우 난개발 등 우려할 사안이 많아 아직도 학교용지로 잡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학교 지을 땅인데도 활발한 손바뀜. 공시지가 급등
여의도 학교 부지에는 여전히 학교만 건축할 수 있지만 그동안 손바뀜이 활발했다. 두 개의 필지로 나뉜 여의도 학교 부지 중 여의도동 61-1의 경우 한 종교단체가 소유하고 있으며 61-2는 LH가 소유한 상태다.
사유지인 여의도동 61-1의 토지 등기부등본상에는 1978년 학교 부지로 지정될 때의 토지 소유주가 당시 주택건설업체인 라이프주택개발주식회사로 기록돼 있다. 이후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압류한 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008년 390억2,000만원에 매입하게 된다. 또 2012년 6월 한 종교단체가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600억원에 매입하게 된다. 이들은 현재 매입한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 토지를 매입한 시기가 2012년 6월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시에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보낸 시기(2011년)보다 1년 후라는 점이다. 학교 건설 용도로밖에 활용할 수 없는 토지이지만 이미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시에 “학교를 건축하지 않을 계획이니 해당 부지를 학교용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해도 좋다”고 통보한 뒤라는 것이다. 결국 현 소유주인 종교단체는 이미 학교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뒤 매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부지의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 소유주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시기인 2012년 서울시가 발표한 공시가격은 ㎡당 540만원으로 전체 부지 면적인 8,264㎡로 환산하면 446억3,100만원이다. 실제 매매 가격은 이보다 높은 6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814만6,000원으로 전체 부지 면적으로 환산하면 673억원에 달한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6년 만에 50%나 급등했다. 실제 시세의 경우 이 종교단체가 2012년에 매입한 뒤 공시지가 상승률 50%로 환산할 경우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6년 만에 3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이 종교단체가 소유한 여의도동 61-1 부지가 여의도의 노른자 땅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학교용도에서 해제만 된다면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주차장으로만 사용하기 위해 토지를 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부지는 7층 이하 2종 일반 주거용지인 만큼 용적률 상향이나 주거지 개발 등의 기대감이 큰 땅”이라면서 “서울 시내 미집행 학교용지는 돈 있는 사람이 좋아하는 투자처이고 공공기관 등에서 선호하는 좋은 부지”라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학교용지에서 해제될 경우 2종 일반 주거지역인 만큼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해 종교집회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바닥면적 합계 500㎡ 미만의 종교집회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부지에 근린생활시설 등을 건설한 뒤 전체를 종교집회장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전체 건축물을 종교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지가 학교용지가 아닌 종교시설 용도로 정해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관리한다면 계획안에 따라 도입 가능한 용도 등이 정해질 것”이라며 “만일 도입 가능한 용도에 종교시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종교시설로 건축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땅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서울의 미집행 학교용지
미집행 학교시설 부지의 가격 급등은 비단 여의도 부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실제 상당수의 토지 거래 브로커와 개발업자,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서울 지역의 미집행 학교시설에 군침을 흘린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실제 서울 지역 교육청과 각 교육지청은 토지 거래 브로커와 개발업자 등의 끊이지 않는 문의로 몸살을 앓는다. 미집행 학교 부지에 대한 학교 건설 계획 여부에서부터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이전 계획 문의까지 다양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교육지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 설립 계획 등을 묻는 문의 전화에는 사실 위주로 간단하게 답변해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어떤 개발업자는 이미 운영 중인 학교 부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하기도 하고 학교 이전 계획이 추진되면 본인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달라고 하는 등 황당한 요구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내 미집행 초등학교 부지도 면적만 1만1,000㎡에 달하는 만큼 서울 지역의 개발업자 사이에서는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통상 학교 부지가 주택가의 중심에 위치하는 만큼 미집행 학교용지를 매입한 뒤 학교용지에서 해제될 경우 막대한 차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감 소유로 된 미집행 학교용지의 공동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공공기관의 문의전화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 교육청과 교육지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