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비핵화 지연은 볼턴 탓"...트럼프, 新 협상모델 찾나

뉴욕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북핵 '리비아식 해법' 또 비판

北도 "볼턴 제거는 잘한 일"

韓 "美와 새 계산법 찾을것"

'北 체제보장' 가능성에 무게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0일 미군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미군기지를 방문했다./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0일 미군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미군기지를 방문했다./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북핵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상황을 심하게 지연시켰다”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새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 접근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북한 역시 이미 ‘새 계산법’을 밝힌 바 있어 한미 정상이 먼저 머리를 맞댄 후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새 방안을 꺼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가에서는 새 방안에 ‘체제보장’이 담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볼턴 전 안보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날 선 발언은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 전 보좌관의 ‘대북정책 실패 예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기는 쉽다”며 “볼턴이 과거에 얼마나 서툴게 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까지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후 3년간 핵실험이 없었고 인질과 한국전 참전군인 유해 송환도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새로운 방법이 좋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에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수차례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과 맞닿아 보인다. 결국 볼턴의 방식보다는 단계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경질된 존 볼턴(왼쪽)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으며 당시 볼턴 보좌관이 합의에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지난 10일(현지시간) 경질된 존 볼턴(왼쪽)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으며 당시 볼턴 보좌관이 합의에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과 북미 실무협상 등을 앞두고 양국 의견조율 등을 위해 미리 미국을 찾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새 계산법’ 요구에 대해 “그런 쪽으로 준비를 해봐야겠다”면서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생각이나 입장이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북한이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에서 제재해제와 함께 체제 안전보장을 협상 의제로 내세운 것과 관련해 “최근 제재해제보다는 소위 안전보장, 체제보장 쪽으로 방점이 많이 옮겨가 있기 때문에 (미국 측과)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본부장은 “아무래도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쪽(북한)의 얘기를 먼저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도 조율돼야 할 것 같다는 질문에는 “당연히 조율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편 북한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미정상회담이 예고되자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조선신보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북한)의 의향을 존중해 볼턴을 제거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백악관에는 조선 측이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 판단력이 결여된 협상의 훼방꾼’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판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는 불안정 요소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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