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벼랑 끝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탄핵 정국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활용해 실무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최대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린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으로 위기에 몰린 만큼 북미 비핵화 이슈를 부각해 미 조야의 관심을 분산하고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2019 Global Peace Forum on Korea·GPFK)’에서 “미국은 심사숙고해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을 가지고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조미공동성명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리 참사관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조미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반면 미국은 말로만 관계 개선을 떠들면서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미 정치권에서 탄핵 논의가 활발해진 후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연일 종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과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미군의 유엔사 역할 확대를 비판했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 등 중장기적 전략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관철하기 위한 북한의 포석으로 평가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오히려 그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외세의 군사적 지배를 반대하는 남조선 인민들에 대한 우롱”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한미 간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 사령관에 한국군에 대한 ‘지시권한’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핵 해법 마련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묵인하는 등 북한에 편향된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를 9·19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미사일 시험을 한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관리해서 비핵화 협상이라는 더 큰 문제로 넘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안인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부가 우리 군의 합법적인 군사훈련과 비교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도발허가증을 내준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