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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워바디’ 안지혜, ‘꿈’이 아닌 ‘자신’을 찾다

“나의 길을 찾게 한 영화”

‘달리기’는 특별한 장비나 복장을 갖추지 않아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아워 바디’의 한가람 감독은 이렇듯 달리기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서 만들 수 있는 변화를 모색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워 바디’의 배우 안지혜는 “꿈을 찾는 게 아닌,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실제로 안지혜는 영화를 만나고 후에 스스로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20대 후반에 만나 2년 뒤, 30대 초반에 개봉하게 된 영화. 그는 “배우가 아닌 인간 안지혜로서 달라졌다” 며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한 감정에서 벗어나 저의 길을 찾게 했던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안지혜는 영화를 통해 성숙해졌다.




안지혜는 ‘아워 바디’에서, 달릴 때 느껴지는 건강한 활력으로 ‘자영’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함께 달리게 되는 여자 ‘현주’ 역을 연기했다. 한가람 감독은 ‘현주’ 역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탄탄하고 강한 몸을 지닌 배우를 찾다가 마라톤 대회의 홍보사진 가운데서 안지혜를 발견했다고 한다. 특히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혼자서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체대 출신의 안지혜를 만난 것은 ‘거의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캐스팅 후문을 전한 바 있다.

건강한 영화이다. 영화 속 각자의 고민들을 안고 달리기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자영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 세대의 삶을 환기한다. 더불어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의 메시지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선, 자영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선택을 한 현주의 그림자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달리기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의 정신은 그리 건강하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재는 출판사 직원인 현주. 글만 쓰다가 약해지는 몸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 몸을 바꾸고 정신을 바꾸고 삶을 바꿨다. 누가 봐도 건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운동만으로 메울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자영이라는 인물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한편, 현주가 처음에는 미스터리하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특별한 아이가 아닌, 이 시대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고개를 돌려보면 네 옆에 있는 한명이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다가가니 현주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현주는 한마디로 외롭고 불안한 청춘이다. ‘삶이라는 미로 안에서 길을 잃어버린 친구이다. 부단하게 노력을 하는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되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지만 세상에 상처받지 않았을까.”





영화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운동을 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정신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작품은 그렇게 ‘현실에서의 좌절을 해소하려고 운동을 한다면 일시적인 도피는 되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있을 텐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까지 나아간다. 그렇기에 자영의 선택이든, 현주의 선택이든 어느 한 선택에만 쉽사리 응원을 보낼 수 없게 된다.


안지혜는 ‘현주의 진짜 마음은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였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지영이가 날 알아봐줄거야란 마음보다는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아 뒤를 돌아봤을거란” 뒷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러면서 자영이 발견한 현주의 소설 속엔 “현주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었을 듯 싶다”고 말했다.



영화에 캐스팅 된 뒤 안지혜가 특별히 공을 들인 부분은 ‘등근육’이다. 3주간 식단관리부터 시작해 유산소 운동을 통해 등 근육을 만들어갔다. 영화 속에선 ‘예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안지혜의 등 근육 사진이 등장한다. 현재 그 사진은 안지혜의 침대 머리맡에 소중하게 놓여있다. 그는 ‘나에게도 의미 있는 사진으로 남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이 정말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며 ‘아워 바디’가 선사한 또 하나의 선물이라며 활짝 미소를 보였다. 엄마 역시 ‘우리 딸 맞냐? 정말 멋지다’고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89년생 안지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기계체조 운동을 시작해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기계체조 선수로 활약했다. 안지혜는 우연히 한 뮤지컬의 여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 추천으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공연에 참여하게 됐고,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오디션도 참여했다. 그때 감독님이 ‘연기 한 번 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을 한 게 결국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처음 맡은 작품이 2013년 방송된 JTBC 드라마 ‘맏이’였다. 6.25 전쟁 충격으로 바보가 된 인물을 맡았던 안지혜는 아이들이랑 어울려다니면서 순진무구한 바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지난 2015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는 고려 최고 정보 집단의 첩자를 연기하며 화려한 검술을 선보였다.

‘몸 잘 쓰는 배우 안지혜’ 그는 “바보역할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게 강점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화 ‘와호장룡’ 속 장쯔이의 검술에 반해 액션스쿨에 등록했다. 365일 중 매주 일요일 하루를 빼고 매년 300일이 넘게 꾸준히 운동 중이다. 한번 경험한 ‘건강한 에너지’가 중독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모토는 “열심히 살자. 하루를 운동으로 마무리하자. 나를 다 잡자”이다. 그는 “하루 하루를 열심히 보낸다면, 미래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창고’ ‘로망’에 이어 ‘아워바디’까지 차근히 영화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안지혜는 액션 배우를 희망했다. 그것도 대역없이 소화할 수 있는 액션배우이다. 영화 ‘마녀2’ 오디션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바람도 감추지 않았다.

“액션 연기가 너무 재밌다. 영화 속에서 액션을 펼칠 수 있는 날을 꿈 꿔본다. 연기를 처음 시작 할 때부터 액션 배우란 타이틀을 얻고 싶었다. 마동석씨요? 저야 영광이지만 저랑 해주실까요. 호호”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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