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나라는 온통 '분열' 걱정인데...文 "광장, 대의민주주의 보완"

■文대통령 수보회의 발언 논란

文 "국민 의견 나누어 질 수 있어

국민 뜻은 檢개혁 시급하다는 것"

전문가 "상황 위중함 인식 덜 돼

결자해지 원하는 민심과 괴리감

한쪽의 목소리만 들었다"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와 진보세력이 각각 세 대결을 벌이며 ‘국론분열’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7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가 양 집회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면서 ‘분열의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과 민심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같은 ‘광장정치’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라고도 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논란이 예상된다.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현 상황의 위중함에 대한 인식이 덜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광장정치가 대의민주주의를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최 교수는 “국회에서의 토론이 있으면서 그 기반 위에 시민들의 의견이 투입되는 것이 직접민주주의인데 현재는 국회가 기능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이 ‘세 대결’의 광장정치가 국회 정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초에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일어난 직접적 원인이 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있음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결자해지’라는 의견이 많은데 이번 발언에서 그런 결자해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인데 (대통령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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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론분열이 일어난 현상과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현상은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그것에 대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무언가 결단을 할 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말하는 데 그치는 것은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그냥 가겠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당초 ‘대국민 통합’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언급하며 양쪽이 아닌 한쪽의 목소리만 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라는 말도 본질을 짚지 못한 것”이라며 “(광화문 집회자들이)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수사 당사자인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라는 것이 문제이지 검찰개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태풍 피해 등 민생도 살폈다. 문 대통령은 ASF와 관련해 “최우선 과제는 다른 지역, 특히 남쪽으로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양돈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금 지급과 생계안정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상대적으로 질병 관리가 쉬운 스마트 축사 등 축산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방안도 더 속도 있게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태풍 피해에 대해서는 “인명 피해가 컸고 이재민도 적지 않다. 사망자와 유가족,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서둘러 정부 지원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지윤·김인엽기자 yang@sedaily.com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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