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지는 한국인 관광객이 그렇게 넘쳐난다는 프라하. 딱히 맛있는 음식은 없었지만 참 예쁜 도시였고, 며칠 유유자적 쉬다 오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맥주가…맥주가!!!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1,500~2,000원이면 괜찮은 식당에서 정말 맛있는 500㎖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은혜로운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펍이 늘었지만 그럼에도 맛있는 맥주 마시기가 쉽지는 않은데, 체코는 아무 데서나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는 맥주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달랐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프라하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온 김에 바이크 용품점이라도 함 들러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프라하 관광의 중심지인 구시가지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프라하 4구 어드메에 적당한 크기의 용품점이 하나 튀어나오더군요. 이름은 ‘와이샵(Yshop, 주소는 Vrbova 1427/19, 147 00 Praha 4)’. 멀지 않으니 한번 가봤습니다.
도착했더니 생각보다 덩치 큰 건물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알고보니 바이크 용품점인 와이샵뿐만 아니라 야마하 대리점, KTM 대리점, 그 외 십수 개 이상의 바이크 용품점이 몰린 나름 대단지였습니다.
일단 제일 매장 규모가 커 보이는 와이샵부터 들어갑니다. 평일 오전 시간대인 데다 매장 자체도 조금 휑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두 명의 직원이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익히 보던 브랜드의 제품들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습니다. 다이네즈, 알파인스타, GIVI, 아라이, AGV 등등 익숙한 브랜드들이라 조금 식상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쪽 시장은 어떤가 싶어 살펴봅니다.
사실 저는 매번 사오는 우유 가격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라 국내/직구와의 가격비교 따위 못 하지만, 그래도 대강 어느 정도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여긴 확실히 가격 면에서의 메리트는 없더군요. 체코가 서유럽 국가들보다, 또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내심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다이네즈, 알파인스타는 한국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고 아라이는 아무래도 국내 가격보다도 더 비쌌습니다.
언뜻 들어본 듯한 헬드(HELD)라는 브랜드 제품이 많았습니다. 알고 보니 체코에서 1946년 출발한 토종 브랜드더군요. 가격도 디자인도 괜찮아서 가을용 장갑이라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빈 손으로 매장을 나왔습니다.
와이샵을 나와 옆 건물의 다른 바이크 용품점들도 들러봅니다. 제가 요즘 딱히 필요한 물건이 없어선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고만고만한 라인업들이었습니다. 아주 힙해보이는 레트로 분위기의 매장도 있긴 했는데 여성용 제품이 없어 역시 구경만 하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매장에 ‘자바(JAWA)’라는 브랜드의 바이크가 전시돼 있더군요. 처음에는 커스텀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1920년 설립된 체코의 바이크 제조사입니다. 현재 자바, 자바42, 자바 350 등의 모델을 생산해 자국과 인도 등지에서 판매 중이라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프라하의 바이크 수리점, 판매점에 JAWA 마크가 붙은 곳이 종종 눈에 들어오더군요.
결국 뭐 하나 사지도 않고 다시 프라하 시내로 돌아갔지만 나름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체코에서 바이크를 탔더라면 더 즐거웠겠죠? 며칠 머무른 것뿐이지만 프라하에는 공유바이크, 전기바이크 렌털 등 여행자가 반나절이든 며칠이든 시내에서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기회가 꽤 있더군요.
날이 슬슬 추워지고 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을 내내 안라무복하시길!